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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일 급밀착/문창재 동경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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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일 급밀착/문창재 동경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0.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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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가네마루(김환신) 방북단이 묘향산 영빈관이란 곳에서 김일성 주석과 만나 두 나라간의 여러가지 현안들을 한꺼번에 타결했다는 소식을 먼곳에서 접하면서 작년 11월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동유럽의 민주화 선풍에 관한 수많은 외신들을 다루던 생각이 떠올랐다.그때 우리 외신기자들은 도미노이론의 묘미를 실감하면서 그 바람과 물결이 북한에도 미쳐 조금이라도 문이 열리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동유럽유학생들을 급히 철수시켜가면서 더욱 굳게 빗장을 닫아거는 데 실망하고 낙담한 나머지 북한의 개방은 먼훗날의 일로 여겼다. 그런데 1년도 채 못돼 북한에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남북 총리회담과 북경아시안게임 공동응원에 응한 것 등을 그 조짐이라고 본다면,이번에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합의한 것은 비록 제한적일지라도 개방의 의사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 할 것이다. 물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일본의 「엔」이다.

최근 몇해사이 경제사정이 급속히 나빠진 북한이 엔을 얻으려고 최고실력자인 가네마루 전 부총리와 친한 사회당 인사를 앞세워 그를 불러들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당 대 당」의 우호관계 수립에 합의해준 것은 대단찮은 일이라 평가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1948년 그들의 정권수립 이래 43년 동안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일본의 집권여당과 「우호」관계를 맺은 것은 그들의 고집스런 외교노선에 비추어보면 엄청난 변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김일성 자신이 두 나라간 정기항공로 개설을 원하고 나섰고,『전후 일본의 정책은 옳았다』고 뜻밖의 평가를 한 사실은 예사로운 변화가 아니다.

가네마루 전 부총리 자신의 표현대로 이제 「두터운 벽」에 바람구멍은 뚫렸으니 지금부터는 일본정부에게로 바통이 넘겨졌다.

이번 방북단을 수행,평양에 간 일본 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출발 직전 한국특파원들과 만나 대한국관계와의 균형을 강조했고,가네마루 전 부총리도 같은 생각을 밝혔었다.

소련 중국과의 국교수립을 추진하면서 북한의 개방을 원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일본과 북한의 관계개선을 저어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한일 국교정상화에 14년의 세월이 걸렸다는 사실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관계개선은 좋지만 템포가 너무 빠르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진 한국인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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