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겨냥 「범여 새질서」 포석/합당이질성 선거로 극복 계산/경색된 대야관계 변화 시도도/단체장 선거일정 제시안돼 야 수용여부가 변수여권이 91년 상반기 실시키로 했던 광역지방의회 선거시기를 91년 2월말에 치르기로 구체적 일정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져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권의 이에 따른 지자제선거법을 이번 정기국회 회기중에 야당과 협의,「합의처리」를 시도해보되 안될경우 단독처리 한다는 내부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자제관계법이 「정치입법」임을 지적,그동안 여야합의를 강조해왔던 여권이 일방강행도 불사한다는 쪽으로 선회한 배경엔 유의할 만한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대야 또는 대여론카드 차원에서만 논의돼 왔던 지자제 문제가 여권내부의 신질서확립과 연계돼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이같은 방침은 「지방의회보다 자치단체장 선거쪽에 더 큰 비중을 싣고 있는」 평민 등 야권주장과 상당한 거리를 가진 게 사실. 여권은 철저한 선거공영제 도입을 전제로 광역의회선거의 경우 정당공천제를 허용키로 하는 등 「성의」를 보인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여권지도부도 이 대목이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약효」를 발휘하리라고 보지 않는 게 현실. 때문에 여권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방법 및 시기에 초점을 맞추고 내부의견을 조정해왔으나 중앙권력의 실질적 분산을 의미하는 단체장선거 문제는 여전히 「미제」로 남겨져왔다.
다만 최근 당지자제 특위는 ▲지방의회와 단체장선거의 분리 ▲두 선거간에는 1년간의 시차를 둔다는 내부의견을 집약한 바 있다. 이 경우 단체장선거는 92년 상반기에 실시한다는 추론도 가능하나 92년 총선 및 93년 대통령선거 일정과 맞물려 있고 내각제개헌 등 권력구조의 개편여부와 밀접하게 얽혀 있어 쉽사리 결론을 못내리고 있다.
이처럼 지자제의 「완결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데다 야당의 반응도 소극적인 현실에서 여권이 광역의회선거 일정만 우선 결정케된 배경은 단순치 않은 것 같다.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지자제 실시가 현정권의 거듭된 공약인 데다 지난해말 여야가 구체적인 선거방법까지 합의했던 바 있어 이를 마냥 지나칠 수 없다는 국정운영 차원의 판단. 야당의 정치공세가 지자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과 이에 대한 여권의 역공세가 필요했다는 점도 이같은 판단에 포함된다.
특히 의회와 장선거를 둘러싸고 「도상토론」을 거듭하기보다 일단 의회선거를 실시하면 여권이 주장하는 지자제 「폐해」를 국민들이 체득하게 될 것이란 생각도 있다. 바꿔 말해 야당과의 지루한 장선거 줄다리기를 계속하기보다 우선 지방의회선거를 실시,장선거 문제의 해답을 여론의 반응에서 찾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그러나 더욱 주요한 계기는 이른바 여권의 「분위기 쇄신」 부분. 민자당이 통합 9개월이 되도록 집안싸움과 계파간 이질성을 전혀 극복치 못하고 있어 뭔가 새로운 전기의 마련이 당지도부에 절박했다는 얘기다. 일본 자민당이 통합 6개월 만에 총선을 치른 경험에 비춰 민자당내에서 오래전부터 「선거를 통한 동질성 확보」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돼 왔다.
일 자민당에 비해 통합의 계기가 취약하고 더욱 이질적 정파가 모인 민자당으로선 말만의 단합ㆍ결속주장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결국 내부전략상으로도 선거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지방의회선거가 총선이나 대통령선거와는 무게가 다르지만 어떤 선거든 당의 사활적 힘을 실을 수밖에 없고 선거과정 및 그 결과에서 자연스레 「동지적」 결속력을 얻을 수 있으리란 판단이다. 물론 지방의회선거일 경우에도 정당공천제를 도입하는 이상 정당신임투표의 성격이 부각될 것인 만큼 민자당의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지도부는 나름대로 승산을 저울질했으며 그것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됐다는 후문이다.
바꿔 말해 지자제선거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민자당의 체제정비와 총선 등 향후 정치일정에 대비한 사전포석의 의미가 더욱 짙은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
이와 함께 세번째 의미는 대야관계의 변화모색. 단체장선거 일정을 제시하지 않아 단기적으로는 평민 등 야당의 반응이 냉담하고 자칫 여야 긴장관계가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야당도 결국 내부의 「정치수요」를 감안할 때 상대적인 야당지분 확대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긴 힘들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여권의 고위소식통은 『단체장선거를 현정권의 임기내에 치른다는 개략적 시간표만 제시되면 평민당이 의회선거를 보이콧하지 못할 것』이라며 『예컨대 내년 2월말에 의회선거를 치르고 1년 이상의 시차를 둬 92년 하반기에 대통령선거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최근 민자당이 소속의원들을 상대로한 설문조사에서 ▲시차를 두고 의회와 장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92.7%,▲시차로는 2년이 45.9%,1년 후가 40.2%로 나타난 것은 이 소식통의 말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여권이 지자제 수준을 차질없이 밟아나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야당의 반대투쟁의 최대변수. 현재의 정치권 분위기로 보면 야당이 장외투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어서 이 경우 여권의 선택폭은 크게 좁혀질 전망이다. 정치권의 이해가 얽힌 지자제법안을 강행처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며 설령 일방 강행이 가능하다 해도 그 후유증은 선거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이유식 기자>이유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