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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쓸이 쇼핑」 국민적 수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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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쓸이 쇼핑」 국민적 수치(사설)

입력
1990.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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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관광객들이 해외 싹쓸이 쇼핑이 또 말썽이다. 이번에는 아시안게임이 열려 세계적 관심이 쏠려 있는 북경에서 그런 추태가 벌어졌다. 해외에서의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지탄과 국제적 망신을 생각하면 같은 국민된 도리에 낯이 뜨겁다 못해 분노마저 치민다.세관에서 그들 싹쓸이팀의 귀국 때 간이검사를 없애고 30만원 초과 때 무조건 과세키로 하는 등 엄격한 조치를 벼르고 있다고 한다. 저질러놓은 추태에 응분의 제재가 따름은 당연하나 이 일이 제재한다고 근절될 것이 아니니 안타깝다. 우리는 이같은 추태가 해외여행객의 책임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 이 사회에 만연한 무법ㆍ무질서의 아노미현상이나 허영ㆍ과소비현상과 그 궤를 같이하는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어 괴로움이 더하다.

이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엄격한 법질서 확립과 함께 국민적 자존심과 양식을 되찾아 가꾸고 심어주는 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ㆍ사회 및 가정교육의 강화는 물론이고 가진 자와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아울러 절실해진다. 한마디로 우리 국민들이 그런 자성의 과정을 거쳐 좀더 어른스러워졌을 때라야 그런 추태도 발붙일 땅을 잃게 될 것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가 없는 오늘이다.

사실 싹쓸이 쇼핑은 지난 70년대 중반부터 고개를 치민 성장이 가져온 악습이었다. 땀 흘린 보람으로 성장의 과실을 거두면서 성급한 보상심리와 빗나간 과시욕이 뒤엉켜 과소비와 싹쓸이 쇼핑으로 줄달음쳤던 것이다. 이렇게 잘못 길들여진 우리의 해외여행 관행은 국내경기의 후퇴와 수출비상을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 나들이 바람을 일으켜 구미와 동남아,그리고 북방에까지 코리아 붐을 조성,그곳 사람들에게 봉취급을 당하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를 정도였다.

올해 들어 이미 1백만명이 해외 나들이를 했고 올 추석연휴 때의 해외관광예약도 벌써 동이 나버렸다고 한다. 방학 때 초ㆍ중ㆍ고교생들의 호화판 유럽행 러시는 어려서부터 그들의 허영심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되고 있고,가진 자들의 해외 곰사냥이나 골프여행은 국민적 위화감의 골을 더 깊게 만드는 부작용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우리 여행객들이 해외에 뿌린 돈은 재작년의 2배인 26억달러였다고 한다. 1인당 평균지출도 2천달러를 훨씬 넘어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쓰는 평균 1천3백달러의 배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싹쓸이 쇼핑은 외화낭비로 우리경제력을 손상시키고 국내산업에도 타격을 주는 결과가 된다.

일본의 경우에도 지난 60년대말부터 70년대초 싹쓸이 쇼핑의 폐습과 섹스애니멀이라는 지탄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국민적 자각으로 그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주마간산격인 과소비 여행보다는 주제나 목적을 뚜렷이 정해 알뜰하게 행하는 쪽으로 우리의 해외여행 패턴을 바꿀 필요도 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여행은 잘하면 보약,못하면 독약이 된다고 권고한다. 개인이나 나라에 두루 독약이 되는 싹쓸이 쇼핑여행도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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