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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 「상품거래소」 등장

입력
1990.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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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ㆍ생필품 등 경매 통해 거래중개/개장 첫날부터 3백여명 몰려 인기 반영소연방 최고회의가 지난 24일 수개월간 지루하게 계속돼온 토의를 끝내고 「자유시장경제 전환계획」을 승인하기에 앞서 이미 모스크바에는 자본주의의 상징이 등장했었다.

지난 19일 문을 연 상품거래소가 그것이다. 소련 국민들은 정부가 시장경제계획을 채택하기 불과 며칠전이기는 하나 이미 이 상품거래소를 통해 자본주의 경제구조의 핵심인 가격결정과정,생산과 소비의 원리 등을 직접 체득하고 있었던 셈이다.

모스크바시 의회가 후원하고 있는 이 상품거래소는 세계 최대의 금융시장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경영방식을 도입,앞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개장되며 운영이 본궤도에 오르면 매일 개장할 방침이다.

이 거래소에서는 농산물ㆍ직물ㆍ가구ㆍ플라스틱제품과 같은 생필품과 함께 기계류ㆍ전자제품 등을 경매방식을 통해 거래를 중개하도록 되어 있다.

경매는 중개인 2명이 단상에 올라가 큰 소리로 값을 부르면 고객들은 원하는 구매가격을 제시하고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 경매제품이 낙찰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방자본주의 국가에서 흔히 보는 「공개호가제」 그대로이다.

모스크바 상품거래소측은 『서방국가의 상품거래소처럼 능숙하게 운영되길 원하지만 시간적으로 2백년이나 뒤떨어져 있는만큼 처음부터 한계단씩 시작할 것』이라고 개장의의를 밝히고 있다.

모스크바 상품거래소는 개장첫날 각 코페라치프(협동조합)와 국영기업을 대표한 3백명의 거래원들이 상품을 사고 팔았는데 소련국민들 사이에 인기가 폭등하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는 3∼5만루블에 거래되었다.

거래에 참가하려면 참가비 1백루블(1백77달러)을 상품거래소에 미리 납부해야 하지만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제품들을 손쉽게 살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인기가 급상승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개장된지 며칠밖에 안된 모스크바 상품거래소의 미래가 반드시 밝다고만은 할 수 없다.

우선 이번 상품거래소 개설조치가 만성적인 물자부족에 허덕이는 소련국민들의 경제적 불만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가이다.

또한 각종 편익시설이 집중된 모스크바에만 상품거래소를 설치할 경우 전국적인 유통구조개선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 상품거래소는 어쩌면 소련의 시장경제 실험의 성패를 가리는 바로미터가 될지도 모른다.<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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