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페만분담」 상반변수속 고육책/정부 2억2천만달러 규모 확정 안팎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페만분담」 상반변수속 고육책/정부 2억2천만달러 규모 확정 안팎

입력
1990.09.25 00:00
0 0

◎미 요구ㆍ경제여건ㆍ여론 등 “절충”/이라크 교민 안전ㆍ수해 따른 국민감정 「미제」로/연내 지원 1억7천만달러… 차관은 2년 걸려/5천만불은 국회승인 거쳐야▷정치적 측면◁

정부가 24일 발표한 페르시아만사태 지원분담금 규모는 우리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이라크와의 관계,중동사태 후의 경제적 이해와 현재의 경제여건,미국의 요청과 국내여론 등 서로 상반되는 변수의 조합속에서 어렵게 찾아낸 해답이다.

정부는 지난 7일 부시 미대통령의 특사인 브래디 미재무장관으로부터 3억5천만달러의 지원분담금을 요청받고 각종 변수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고민은 기본적으로 이라크에 남아있는 교민들을 어떻게 보호하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체면을 세울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3억5천만달러라는 적지 않은 요청금액 자체와 미국의 요구에 따라 분담금을 내놓은 데 대한 국민감정도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수재까지 겹쳐 분담금문제는 점점 풀기 어려운 난제로 둔갑했다.

○「무임승차」 비난 우려

정부는 그러나 노태우대통령이 브래디 미재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밝혔듯이 경제지원 자체에는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했었다. 우리가 이미 6ㆍ25 동란시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았던 도의적 「채무」를 지고있는 데다 경제력의 발전으로 이런 사태를 모른척 할 경우 「무임승차」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입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원유 전량을 수입하고 수입원유의 75%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원유 수급과 가격의 안정이 경제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전제라는 점도 고려됐다.

또한 중동사태 해결 후 사우디 등 대 중동건설 진출도 변수로 작용했으며 한반도에서의 유사시 국제사회의 자동개입 가능성 등 안보적 측면도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부각됐다.

이같은 배경아래 정부는 이라크교민의 안전과 국내경제,국민여론 등을 감안,액수조정에 들어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요청액 이례 공개

특히 무역적자 등으로 경제사정이 악화된데다 주한미군의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고 홍수로 6억달러의 추가재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가능한대로 경제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편성했다고 정부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액수가 너무 적을 경우 미국 국내를 비롯,국제사회의 여론을 자극,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외국의 사례를 면밀히 수집해왔다. 아시아국가로선 대만이 우리와 비슷한 2억∼3억달러를 계획하고 있으며 우리 GNP의 13.5배인 일본이 40억달러,5.7배인 서독이 20억달러 수준으로 결정한 사실은 우리의 2억2천만달러 결정에 적잖은 참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22일 노태우대통령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요청한 액수를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은 이같은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당초 3억5천만달러를 요청했으나 최근 언론을 통해 요청액이 4억5천만달러로 보도되자 정부는 요청액을 공개키로 하고 이를 미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이해할 것”

한편 정부는 경제지원에 동참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은 수행했으나 이를 이유로 이라크ㆍ쿠웨이트에 남아있는 1백92명의 교민에게 위해가 가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유종하외무차관은 24일 『서방은 물론 아랍국가,소련 등도 대이라크제재에 참여하고 있는만큼 이라크가 특별히 한국에 대해 오해를 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교민의 안전문제와 함께 이번 결정액수가 우리의 경제규모,남북 대치상황,중동사태로 인한 직간접피해,수재 등의 여건에 비해 여전히 많은 규모가 아니냐는 일부 지적은 정부를 계속 곤혹스럽게 만드는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정광철기자>

▷경제적 측면◁

총 2억2천만달러로 확정된 페만 다국적군 경비와 인접국 지원금 가운데 연내 지원이 완료되거나 구체적 지원계획이 결정되는 규모는 1억7천만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다국적군 경비로 염출할 현금 5천만달러(한화 3백10억원 내외)는 현재 국회에 상정중인 올 2차추경예산안중 일반예비비 1천억원에서 부담케 된다.

지원받는 주체는 미국이 아닌 유엔이 되겠지만 외국으로의 국고지원이 분명한 이상 국회승인절차를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현물은 정부 외상구매

항공기 선박 등 수송수단과 방독면 군복 등 현물지원용 7천만달러어치는 다국적군측 군수관계자들과 정확한 소요물량 및 납품시기 등을 협의한 뒤 정부가 국내생산업체로부터 외상구매하는 형식을 취할 공산이 크며 이 경우 대금은 내년 예비비로 정산하게 된다.

요르단 터키 이집트 등 주변국가에 대한 지원은 다국적군의 경우보다 절차가 훨씬 복잡해서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

연리 3% 장기저리차관인 대외협력기금(EDCF) 4천만달러는 외교채널을 통해 해당국가에 통보한 뒤 구체적 지원규모를 요청받아 조사단 파견­심사­협정체결까지 줄잡아 2년 가까이 시간이 필요한 실정.

따라서 당국은 현재 페만사태가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조사ㆍ심사기간을 1년 이하로 단축,내년 가을까지는 지원을 매듭지을 방침이다.

정부미 3만톤(1천만달러)은 양곡관리기금에서 결손처리하는 형식이 되며 이밖에 각종 소비재 등 생필품은 제조업체에서 외상구매,내년 예비비로 흡수하게 될 전망.

이번 분담금 지원방안을 검토한 경제부처 실무자들은 ▲분담규모 최소화 ▲현금지원 보다 물자우선의 원칙이 대체로 수용된데는 일단 만족한다는 입장이면서도 국제수지 적자반전과 수해 등에 따라 재정수요 압박이 커지는 시점이어서 부담이 적지않다는 지적이다.

현금분담 규모는 경제부처의 당초 계획은 2천만∼3천만달러이던 것이 한미 양국간 외교협상과정에서 다소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페만사태 장기화로 국제원유가격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오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대외무역실적 등을 고려할 때 2억2천만달러 내외의 분담은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것이 경제부처 실무자들의 자평이다.

○“이 정도는 불가피”

국민총생산(GNP) 규모가 우리나라의 13.5배인 일본이 18배인 40억달러,GNP가 5.7배인 서독이 우리보다 9배 많은 20억8천만달러를 각각 분담한 것으로 미루어 우리나라쪽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지난 85년 76.2%이던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89년 85.5%로 급증했고 중동산 석유 도입비중도 85년 57.2%에서 89년 72.1%로 계속 증가한데다 철강ㆍ석유화학ㆍ시멘트 등 에너지소비산업 비중이 커진 현실속에서 페만사태가 더이상 확대될 경우 국내경제에 줄 단기충격은 과거 1ㆍ2차 오일쇼크때보다 훨씬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편 경제부처 실무자들은 현재 대이라크ㆍ쿠웨이트 채권이 9억9천2백만달러,각종 건설공사 시공잔액이 8억3천7백만달러에 이르는 점 등을 들어 페만 분담금이 미국의 당초 요구보다 적어진 데 안도하는 눈치다.

일단 당장 눈앞의 이익이 불투명해지는 측면과 함께 그동안 우리나라 건설업체가 이라크ㆍ쿠웨이트에서 쌓아올린 신용도를 생각할 때 사태종결 이후의 전쟁복구공사 수주 가능성도 고려치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유석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