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4일 평양,11월10일 서울. 한동안 온국민들의 가슴에 희망의 불을 지폈던 남북축구 친선경기는 사실상 실현가능성이 희박해졌다.남북 축구친선경기는 지난 19일 하오 일부 신문에 보도되자 청와대가 서둘러 이 사실을 확인,20일자 조간신문부터 1면 톱기사로 대서특필되면서 기정사실화됐다.
그러나 지난 22일 하오 북한축구협회가 이 사실 자체를 부인한 데 이어 23일의 남북한체육장관회의에서 북한측이 언급을 회피하는 등 축구교류는 일단 물건너간 꼴이 되고 말았다.
기대에서 실망으로 이어진 나흘간의 남북 축구교류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우선 일부 신문의 용감한(?) 보도태도다.
남북 축구교류문제가 남북한간에 합의됐다면 그것은 어느 일방이 먼저 공개할 수 없는 즉 양측 동시발표의 성질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것이다. 21일 하오에는 청와대관계자가 「오프더 레코드」란 전제하에 남북축구교류를 설명한 후 공식발표때까지 보도치 말아줄 것을 언론사에 당부까지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부 신문이 이를 앞질러 보도,나머지 언론들도 이 사실을 성급히 기사화했다.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겠다는 당위성은 인정되나 국민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남북 관계의 큰 진전을 위해선 언론의 신중한 보도자세도 필요할 때가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매스컴들은 국익이 걸려 있는 문제에 대해선 일부러 보도를 자제하거나 행동통일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 않는가.
또 이 문제와 관련,정부측의 안이한 자세에 더 큰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정부는 가급적이면 교류를 회피하려는 북한의 속성을 간과한 것은 물론,관계자들의 경우 한건을 의식한 책임없는 발언과 행동으로 일관했다.
게다가 남북문제에 관해 언급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이 되는 축구대표팀 박종환감독은 『북경에서 바로 평양행을 하겠다』 『백두산 아니면 금강산이라도 보고 오겠다』는 발언으로 북측의 심사를 건드리기도 했다.
결국 이번 소동은 속사정이야 어찌됐건 한국측의 일방적인 흥분으로 다되어가는 듯했던 밥에 콧물을 빠뜨린 격이 되고 말았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한국측의 일방적인 공개로 무산위기에 처한 남북 축구경기를 포함한 각 종목의 스포츠교류와 여타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이 상호교류를 진심으로 원하든 원치 않든간에 우리측의 잘못으로 무산되는 시행착오를 방지하는 방안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남북축구 친선경기가 이미 끝장났다고 포기하지 말고 어떠하든 이번 아시안게임 도중에 재성사의 기회를 갖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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