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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북경서 「의미있는 만남」/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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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북경서 「의미있는 만남」/한­중

입력
1990.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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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의원 “중국과 의견교환” 시사/남측서 정ㆍ관ㆍ재계인사 대거 몰려 북 접촉 가능성/북측 이종옥부주석 도착 「대화 전문가」들도 집결북경아시안게임은 우리에게 스포츠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 또다른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 북경에는 지금 남북한의 스포츠계 고위인사들만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비중이 큰 VIP들이 각종 국제스포츠행사 또는 모임을 이유로 공식,비공식의 「의미있는 만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시안게임 기간중 북경에 머무는 우리측 고위인사중에서 가장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인사는 박철언의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의원은 형식상 「뚜렷한 임무」 없이 지난 21일 출국했으나,과거 북방정책 추진과정에서 그가 맡은 역할과 현재 정부내에서의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외교적으로 모종의 역할이 주어져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박 의원은 남북 관계에서 보다는 대중국 관계를 위해 북경에 머물러 있으며,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자연스럽게 북경의 고위관계자들과 막후접촉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이미 출국하기에 앞서 사석에서 『우리측 고위인사가 아시안게임 기간중 북경에 가 중국의 고위인사와 의미있는 접촉을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우리측 고위인사는 다름 아닌 박 의원 자신인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측은 그동안 중국정부 당국의 고위인사와 여러차례 접촉을 시도한 바 있으며 이중 몇차례는 직접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같은 접촉과 대화에서는 양국관계의 진전과 관련지을 만한 계기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게 관측통들의 대체적인 견해였다. 따라서 이번 박 의원의 중국 나들이는 대중국 관계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또 한번의 밀사형식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강하게 일고 있다.

실제로 박 의원은 이번 중국 나들이에서 내밀히 북방관계 전문가들을 몇몇 대동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전문가 팀중에는 그동안 중국고위당국자 측근들과 대화채널을 유지해온 인사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의원은 중국 나들이에 앞서 과거의 관행처럼 노태우대통령으로부터 은밀한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박 의원은 북경 도착직후 기자들에게 『민간인 자격으로 중국에 왔다』고 밝혔으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기내에서 중국측 관리의 안내를 받는 등 깍듯한 예우를 받아 그의 말과 같이 단순한 민간인 자격이 아니라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박 의원은 도착후 중국정부관계자와 접촉을 가진 사실을 시인하고 『중국관리와 만나 한중 및 남북한 관계 등 추후접촉에서 논의할 문제들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혀 북경체재중 정치 외교적 문제와 관련해 추후접촉이 있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 의원은 등소평,강택민,이붕,양상곤 등 현재 중국의 4인 실력자 그룹중 한두명과 어떤 형식이든 의미있는 접촉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박 의원의 귀국 보따리속에는 한중 관계개선과 관련한 진일보한 내용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한편 정부와 외교가 일각에서는 박 의원의 이같은 유형의 대중국 외교개입에 대해 다소 부정적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의 한반도 및 국제정세가 그의 성공작인 헝가리 밀사시절과는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경 아시안게임은 한중 관계개선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남북 관계에서도 만만치 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

즉,북경은 아시안게임의 무대로서 자연스럽게 남북 모두에게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북경에 모여들고 있는 남북 VIP들의 면면이 하나 둘씩 밝혀지면서 더욱 확실해지고 있다.

우리측의 경우 대북문제에는 가장 정통하다는 박철언의원외에 현직각료로서 4선의원인 정동성체육장관,고건서울시장 등 정ㆍ관계인사들이 북경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전직 안기부장으로 역시 대북 관련업무를 관장했던 박세직 전서울올림픽 조직위원장과 김운용 IOC위원,김종하 OCA부회장 등이 가세해 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을 직접 방문,대북 경협문제를 실질적으로 다뤄왔던 정주영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김우중대우그룹회장 등 재계인사들이 동참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북한측의 소위 「대남 대화전문가」 수명도 북경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현직 고위관료인 리종옥부주석의 북경체류는 이미 확인된 사실이지만 백남준 정무원참사실장과 전금철 조평통부위원장의 북경체류가 거의 확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각각 지난 1차 남북총리회담대표와 국회회담 대표로서 우리에게는 낯이 익은 인물들이며 모두 남북대화의 북측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과 함께 IOC위원으로 북한체육계의 최고실력자인 김유순은 우리측 정 체육장관과 만난 데 이어 우리측 다른 인사들과 접촉이 이뤄진다면 많은 「대화」가 가능한 인사로 꼽혀지고 있다.

이렇듯 유수한 남북의 VIP들이 같은 시기에 한자리에 모인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게다가 「단결ㆍ우의ㆍ진보」라는 아시안게임표어가 상징하듯 아시안게임 기간동안 북경을 감쌀 친선과 화해무드도 남북의 북경커넥션성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우리의 호의적 기대에 비해 북측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그리 시원스럽지 못하다는 게 현지로부터의 소식이다. 북측은 특히 우리 언론인들이 아시안게임 개막을 전후해 정부의 각종 대북 유화정책을 잇따라 보도하는 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

또 북측 인사들이 대거 북경에 와 제각기 중국과 북한의 문을 두드리는 데 대해서도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국가와의 접촉은 항상 이뤄지고 난 다음에나 알 수 있을 것』이라는 한 북방전문가의 말처럼 결국 모든 결과는 남과 북이 일단 무릎을 맞대고 난 다음에나 밝혀질 일이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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