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소 수교 길목 「통과의례」/최­셰바르드나제 30일 뉴욕 회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소 수교 길목 「통과의례」/최­셰바르드나제 30일 뉴욕 회담

입력
1990.09.24 00:00
0 0

◎한반도 중대영향줄 「깊은 얘기」/경협규모 휴대 걸림돌 없을 듯한소간의 사상 첫 외무장관회담이 오는 30일 뉴욕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은 양국 수교가 공식발표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대내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회담의 예상되는 성과와는 별도로 양국간 외무장관회담이 처음으로 공식개최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서 양국관계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미 양국 정상간의 만남으로 실질적 관계정상화가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나 보다 공식적인 의미를 갖는 외무장관회담은 수교라는 「통과의례」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간의 관계에서는 실질적 측면보다도 명분이 더욱 강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양국 외무장관간 공식회담의 의미는 더욱 증폭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경제문제보다는 정치분야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협문제는 오는 10월 하순 소련대표단의 서울 방문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예정인데 이미 수교분위기가 충분히 무르익었기 때문에 외무장관회담에서 별도로 집중거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측은 소련측에 경제협력의 전체규모를 제시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노태우대통령이 지난 21일 최 장관에게 시달한 「지침」 중에는 경협규모가 포함됐으며 그 액수는 20억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외무장관도 뉴욕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22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협문제에 대한 기본방향은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이라고 밝혀 포괄적인 경협규모제시계획을 시사했다. 우리측의 제시 액수는 소련의 요청 액수와 비슷한 규모여서 쉽게 합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외무장관은 회담에서 국제정세에서 시작,동북아정세,한반도문제로 논의대상을 좁혀가며 한소 수교의 필요성을 강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련은 이미 북한측에 한소 수교계획을 통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양국 수교에 대한 공감대는 자연스럽게 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에서 우리측은 소련이 주장하고 있는 동북아지역 집단안보회의 구성 등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 예상되나 대부분의 의제에서 같은 인식을 나누게 될 가능성이 크다. 소련은 현재 「화해」라는 세계적 조류에 부합하는 외교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탈냉전 및 한반도평화 등 많은 부분에서 우리와 같은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양측은 특히 한반도문제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며 이 자리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은 앞으로의 남북 관계개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소 외무장관의 회담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유엔본부내 소회의실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소련측은 당초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때와 마찬가지로 주유엔 소련대표부에서 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양국의 공관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개최할 것을 강력히 주장,소련측의 주장을 철회시켰다는 것. 소련측은 그러나 복잡하고 공개된 장소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계속 보여 일단 호텔 등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개최키로 합의하고 절충을 계속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소련측이 은밀한 장소를 선호하는 것은 북한과의 관계 등을 의식해서라기보다는 체제의 특성상 아직 보도진과의 접촉 등 공개된 분위기에 익숙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우리측에선 회담시 현홍주 주유엔대사,공로명 주소영사처장,나원찬외무부구주국장 등이 배석할 예정이다.

○…양국은 외무장관회담의 날짜를 결정하는 데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회담개최 자체에 대해서는 이미 8월초 우리 대표단의 방소,소련측의 원칙적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개최일은 지난 21일에야 뒤늦게 결정됐다.

이처럼 개최일 결정이 늦은 것은 양국 외무장관이 모두 유엔총회기간중 다른 나라와의 회담 등으로 이미 일정이 빡빡하게 짜여 있었기 때문.

우리측은 당초 일본과 인도네시아가 주최하는 27일의 아시아지역 외무장관 만찬에 앞서 한소회담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소 외무장관회담에서 수교에 공식합의할 경우 중국외무장관 등이 참석하는 이날 만찬에서 보다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소련측은 50명 이상의 각국 외무장관을 만나야 하는 빈틈없는 일정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했고 우리측도 20명 가량의 외무장관을 만나야 하는 최호중장관의 일정 때문에 쉽게 합의를 하지 못했다. 결국 양측은 유엔으로 떠나기 직전인 21일 서로 일정이 비어있던 일요일인 30일 회담을 갖기로 최종 결정했다.

○…소련측이 수교에 기대 이상 적극적으로 나오게 된 데는 지난 9월초 제1차 대표단 회담 이후 우리측이 경협에 보인 성의있는 자세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측은 8월회담 이후 자원,과학기술,전자 등 각 분야의 『프로젝트조사단을 기민하게 소련에 파견,타당성조사를 하는 등 경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무역ㆍ항공ㆍ투자보장ㆍ경제과학협정 등 각종 협정체결을 준비하는 데도 신속한 준비를 갖춤으로써 소련인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경협에 관한 자료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고 있던 소련으로서는 우리측의 발빠르고 성의있는 노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정광철기자>

◇한ㆍ소관계 일지

▲88ㆍ8ㆍ10=서울올림픽 관련,소련영사단 방한

▲〃9=소련 서울올림픽 참가

▲〃ㆍ9ㆍ16=고르바초프의 크라스노야르스크 연설

▲89ㆍ1ㆍ22=골라노프 소련연방상의 부회장 방한,양국간 영사기능 수행문제 협의

▲〃ㆍ3=최호중외무장관,방콕 ESCAP총회에서 리가초프 소련외무차관과 접촉

▲〃ㆍ4ㆍ3=소 연방상의 서울사무소 개설

▲〃ㆍ4ㆍ13=대한무역진흥공사 모스크바사무소 개설

▲〃ㆍ6=김영삼 통일민주당총재 방소

▲〃ㆍ7=영사처 교환설치회담(모스크바)

▲〃ㆍ11ㆍ17=한소간 2차영사처 교환설치회담(싱가포르)

▲〃ㆍ12ㆍ8=양국 영사처교환설치 합의

▲90ㆍ2ㆍ22=주모스크바 한국영사처 개설

▲〃ㆍ3ㆍ2=공로명초대영사처장 부임

▲〃ㆍ3ㆍ19=주한소련영사처 개설

▲〃ㆍ3ㆍ20=김영삼 민자당최고위원 등 고위당정대표단 방소

▲〃ㆍ3ㆍ22=양국간 정기항공노선개설 합의

▲〃ㆍ4=유종하외무차관,유엔경제특별총회에서 오브민스키 소외무차관과 접촉

▲〃ㆍ5ㆍ23=도브리닌 고르바초프 소대통령고문,전직정부수반협의회(IAC)참석차 내한해 청와대 예방

▲〃ㆍ6ㆍ4=노태우대통령과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ㆍ6ㆍ9=노 대통령 고르바초프에 친서 전달

▲〃ㆍ7ㆍ6=고르바초프 답신 전달

▲〃ㆍ8ㆍ2=김종인 청와대경제수석 등 한국정부대표단 방소,수교문제 협의

▲〃ㆍ9ㆍ14=한소무역ㆍ항공협정 가서명

▲〃ㆍ9ㆍ21=한소 외무장관회담 개최일(30일) 확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