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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범죄소탕 총력작전(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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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범죄소탕 총력작전(세계의 창)

입력
1990.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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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백촌 행정원장,국정 최우선 “진두지휘”/치안유지에 무장군인등 동원/87년 계엄해제 후 악화 국가경제 위협/국민 86%가 적극 지지… 인기도 급상승국가경제를 위축시킬 만큼 심각한 치안부재에 시달려온 대만에 서서히 질서가 깃들이고 있다.

지난 5월초 야당과 대학생들의 격렬한 반대 시위속에서 가까스로 취임한 학백촌 행정원장은 취임 후 치안확보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걸고 강력한 범죄 및 폭력 소탕작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4성장군 출신으로 국방장관을 지낸 학행정원장은 전국의 치안관계 책임자가 전원 참가하는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치안유지에 무장군인을 동원하는등 대단한 추진력을 발휘하고 있다.

당초 「군인의 정치간여 반대」라는 여론에 밀려 취임마저 불투명해 보였던 것을 생각하면 학원장의 이같은 「밀어붙이기식」 민생치안정책은 당연히 야당과 대학생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법한 데 오히려 그 반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만국민의 86%가 학원장의 정책추진에 만족한다고 응답,그가 역대 행정원장중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는 『법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예의와 염치관념이 우선 생활전반에 뿌리내려 공리주의가 자연스럽게 실천돼야 한다』는 학행정원장의 정책이념이 정파와 세대를 초월해 설득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그동안 대만의 치안상태가 극도로 열악했음을 역설적으로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한해 대만의 강력범죄 발생건수는 전년대비 23% 증가한 5천8백39건에 달했다. 한때 도둑이 없다고 자랑했을 만큼 철통같았던 대만의 치안이 이처럼 악화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부터.

지난 78년 취임한 장경국 총통은 주민들의 정치적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서였는지 치안의 고삐를 늦추고 향락산업에 대한 규제도 완화했다. 그리고 87년에는 마침내 계엄령을 해제했다. 계엄령해제는 대만의 치안이 급속히 와해되는 계기가 됐다.

「이발청」과 도박장 등 퇴폐향락업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성들을 위한 전용술집도 이곳 저곳에 등장했다.

당시나 지금이나 대만경제는 탄탄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60년 이후 줄곧 7∼10%의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있고 70년 이후 10년간 총 8백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 외환보유고는 7백30억달러에 달해 아시아에선 일본 다음가는 알부자란 소리를 듣고 있고 가구당 1년소득은 89년기준 2만4천달러에 달했다. 그러면서도 저축률은 40%로 세계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치안이 불안해지면서 이처럼 탄탄한 경제에도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암흑가의 갱단들이 기업의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사례가 늘기 시작하고 정국불안으로 투자여건이 악화되자 국내투자가 급격히 감소했다.

대만 경제부가 작년에 9백99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중 32%의 기업이 폭력단으로부터 각종 피해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을 정도다.

이에 따라 증시가 위축되자 현금이 암시장과 향락소비산업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지하경제의 규모가 커지자 폭력단의 세력도 함께 커졌고 이권다툼도 치열해졌다.

계엄령 해제로 해안선 경비가 군에서 경찰로 이전되고 본토와의 접촉이 부분적으로 허용된 87년부터는 공해상에서 어선을 가장한 본토 밀수조직과의 마약 및 무기류 밀매,심지어는 인신매매까지 성행하게 됐다.

본토와 홍콩 등지로부터 밀입국하는 남창ㆍ창녀ㆍ폭력배 등 범죄자의 수도 급증,87년부터 90년 6월 사이에 모두 6천8백51명의 대륙인이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돼 본토로 송환조치됐다.

민생치안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한 후 사회전반에 무질서가 만연했다. 신호 등이나 횡단보도,교통순경이 없는 도로에선 차량과 오토바이ㆍ행인들이 뒤얽혀 대혼란이 벌어졌다. 거리에는 아무데나 버려진 쓰레기더미가 행인들의 발걸음을 방해했지만 이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외국인들은 과거에 질서와 청결로 상징되던 대만의 이같은 「변화」를 두고 「무질서의 극치」 또는 「조직화된 혼란」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치안부재는 대만의 전통적인 유교윤리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88년 3%였던 이혼율이 올해는 5.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세계최고의 이혼율을 기록할 것 같다. 물론 이같은 수치가 곧바로 치안부재 및 공중도덕의 타락정도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대만의 일부 젊은 세대들은 이혼율 증가는 대만의 전반적인 개혁ㆍ개방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특히 여권의 신장을 나타내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교의 전통윤리관이 아직은 사회의 중심 가치관이랄 수 있는 대만사회인지라 치안부재와 폭력 난무,그리고 공중도덕 타락과 이혼율 증가 등의 현상은 척결돼야 마땅할 병리현상이라는 것이 대세인 것 같다. 학행정원장의 「이상인기」의 소이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 처지가 비슷한 우리나라로서도 이같은 인물의 출연을 기대해 봄직하다.<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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