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 오락가락… 여야 “지루한 대치”/협상카드 없이 “선 등원”만 강조 여/여 태도 불신… 구체명분 못 찾아 야/여야 「2개 조건」 시각차… 내외압력 커 대화는 시작될 듯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돼온 여야 대치관계가 민자당의 추경예산 단독처리방침 유보결정을 계기로 또 한고비를 넘기고 있다. 아직까지 여야간에 이렇다할 대화나 협상의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는 않지만 피차가 협상의 빗장을 시한부로 열어둔 것이다.
물론 지난번 평민당이 내세운 2개의 등원조건과 민자당의 입장은 여전히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 그러나 여야 모두가 국회정상화를 바라는 대내외압력을 받고 있고 당 지도부는 화전양면의 갈림길에서 분명한 선택을 해야할 시기가 임박해 옴을 체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정가관측통들은 금주부터 어떤 식이든 여야의 접촉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오는 10월9일까지 17일간의 국회휴회기간이 정국의 분수령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민자당은 지난 21일의 추경처리보류가 사실상 야당에 대한 마지막 화해제스처라는 입장이다. 최근 「선 등원 후 협상」 방침을 분명히 하고 「등원전 여야영수회담 개최불가」 등 잇단 강성포석을 계속해 오면서도 일단 한발짝 물러서 야당의 태도를 보겠다는 얘기다. 민자당은 이로써 공을 평민당에 넘겼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평민당의 대응여하에 따라 국정운영의 물길을 한쪽으로 잡아나가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지자제약속이행 및 내각제 포기선언 등 평민당의 요구조건 중 어느 것 하나 선뜻 들어줄 수 없는 복잡한 당내사정하에서 민자당은 『일단 등원하면 야당의 어떤 주장에도 귀기울일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22일에도 재확인했다. 그러나 구체적 대야카드를 감춘 이같은 「립 서비스」가 야당등원촉구에 얼마 만큼의 효과를 가질지는 당 지도부도 자신을 못갖는 표정이다.
야당요구의 초점이 지자제 실시,이중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조기실시에 있음을 알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당내의견 조정마저 안된 상태에서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여기서 민자당이 엿보는 틈은 평민당이 단체장선거의 조기실시를 강조하는 배경 및 의도. 다시 말해 지자제를 통해 약야의 위상을 벗어나겠다는 것이 김대중총재의 복안이라고 읽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김 총재가 바라는 「대등한」 여야관계,또는 대권 접근기회의 여야 동등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지자제 실시 일정도 새롭게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판단 뒤엔 『김총재가 자신의 주장을 1백% 관철시킬 수 있으리라곤 보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과 『정국의 장기표류는 야당에도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도사리고 있다.
바꿔말해 김 총재가 섣불리 장외투쟁을 택하긴 어려운 현실인만큼 등원시기와 명분을 찾고 있다고 보면 김 총재가 자신의 리더십을 확인해 두는 작업이 필요하고 10월초 오랜만의 「고향나들이」도 이때문이란 것이다.
민자당이 추경예산의 단독처리방침에서 선회한 배경엔 이처럼 『야당에 필요한 시간을 빼앗아선 안된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민당은 여권의 추경예산 단독처리유보를 당연한 귀결로 받아들이고 있다.
평민당은 만약 민자당이 추경처리를 위한 예결위 단독구성을 강행할 경우 또다시 헌법재판소 등에 소원을 제기할 계획까지 세웠으며 『법을 만드는 국회가 스스로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정치공세를 펴겠다고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따라서 평민당의 전체적인 기조는 민자당의 태도번복이 등원협상의 분위기 조성을 위한 유연한 자세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민자당이 한때 단독강행을 결정했다는 점을 들어 민자당의 정국운영 태도를 비난하고 있다. 평민당은 단독강행의 유보결정이 박준규국회의장의 노태우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진언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민자당 수뇌부의 생각은 여전히 「밀어붙이기」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배원내총무는 『민자당은 예결위 단독구성이 국회법에 위배된다는 사실때문에 단독강행을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김대중총재가 여권에 대해 월내 결단을 촉구했는데도 아직 여권으로부터 이에 대한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평민당의 대여 막후접촉창구중 하나인 김원기의원도 『지금까지 여권의 책임있는 관계자로부터 등원 등에 대한 제의나 얘기를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털어 놓았다.
평민당은 김대중총재의 기자회견을 통해 『여권이 월내 결단을 내리지 않을 경우 정권타도 차원의 전면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해 놓았기 때문에 지자제에 대한 약속이행과 내각책임제 개헌포기선언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는 한 등원을 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강경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하고 있다.
그러나 등원분위기 조성을 위해 여전히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고 보는 평민당 일각의 분위기는 민자당이 강행유보 시기를 10월10일까지로 잡았다는 점에 유의하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김대중총재가 10월6일부터 8일까지 성묘를 겸한 광주와 목포방문에 이어 등원에 대한 모종의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팽배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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