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해야”“회의실로 용도변경을”맞서/대부분 “후손 위해 훼손않고 영구보존”오는 10월3일 독일통일 선포와 함께 자동적으로 문을 닫게 될 동독 의사당건물을 놓고 아예 철거할 것이냐,아니면 무슨용도로 바꿔 쓸 것이냐로 지금 논란이 한창이다.
동독의 폴크스카머(의사당)는 베를린 중심가의 제2제국 왕궁터에 자리잡고 있는 대리석과 유리로 건축된 웅장한 건물.
현재 이 건물 주위에는 극장 바 볼링장 식당 카바레 등 위락시설이 들어서 있다.
따라서 많은 동독인들은 이같은 주위환경을 고려,의사당 건물을 정치ㆍ사회문제 등을 토의할 수 있는 회의장으로 바꾸고 회의가 끝나면 참석자들이 주위의 오락시설에서 긴장을 풀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생각은 단지 구상단계에 있을 뿐 내부시설을 변경할 경우 건물구조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현재까지는 아무런 결정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통일독일의 의회가 이 건물을 쓸 수도 있겠으나 구공산정권의 시녀역할을 했다는 이미지가 남아 있어 아예 고려조차 되지 않았고 통독의회는 이미 라이히슈타크(구 제3제국의회건물)를 쓰기로 예정돼 있다.
현 의사당건물의 운명이 이처럼 불투명하기는 하지만 과거 공산정권에서는 일년에 4∼5차례밖에 개회되지 않았던 동독의회도 지난 3월 자유총선 이후엔 매일 문을 열고 통독에 따른 주요 문제들을 열심히 논의하며 역사적 임무를 수행해 왔다.
많은 동독인들은 의회건물이 과거 냉전체제의 산물로서 지난 40여년간 분단된 국가의 영욕을 간직해 왔다는 역사성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서라도 원형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영구히 보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동독의회의 요르그ㆍ홀 사무총장은 『의사당 건물을 일부 개조만 하면 훌륭한 회의장으로 쓸 수 있다』면서 철거해버리자는 일부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통일독일의 청사진속에는 이 폴크스카머에 대한 계획이 세워져 있지 않다.
동독인들의 모든 일상생활이 그렇듯이 이 건물의 운명도 불확실하기만 하다.
어쩌면 이 건물은 통일이 된 이후엔 당분간 빗장을 걸어 잠근채 방치될 공산이 커보인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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