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정주부들이 너나할것없이 다소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장보기가 정말 겁난다』고 말하고 있다. 워낙 물가가 뛰어 장보는 일을 그만두고 싶을 지경이지만 먹고 살자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속으로 스트레스만 쌓인다. 즐거워야 할 장보기가 「지겨운 일」로 바뀌어버린 건 벌써 몇개월 전이다.가정주부들에게만 물가가 뛰어올라가는 게 보이는 건 아니다. 봉급쟁이의 점심식사자리나 건축공사현장 등 어디서고 물가가 뛰는 게 보인다.
정부의 공식지표상으로도 소비자물가는 지난 8월말까지 8.2%가 올랐고 이달말엔 10% 가까이 육박할 전망이다.
통이 큰 정부당국자는 여전히 『물가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페르시아만사태와 수해를 끌어들여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음도 은근히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 하는 일을 보면 현 경제팀은 자신들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사실상 물가를 잡을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6공 복지정책의 커다란 허점이 있다.
주택문제를 꼭 해결하겠다며 매년 40만호 이상의 집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주거안정은 참으로 중요한 복지다. 그러나 당초의 의도를 의심하자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앞뒤 준비없이 마구 아파트를 짓다보니 자재값이 뛰고 임금도 뛰고 한바퀴 돌아서 또 집값이 더 뛴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지방양여세를 포함해 28.6%를 늘려놓고 「복지예산」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덕분에 내년도 물가도 극히 불안할 게 이미 눈에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복지예산」이 물가상승을 통해 봉급쟁이들의 생계를 죈다. 물가상승이 개입하면 어떠한 복지정책도 허탕이다.
임금인상을 한자리수로 자제해달라고 해놓고 물가가 두자리수가 됐으니 내년엔 필시 임금인상도 두자리수가 되고 그러면 또 정부말대로 두자리수 임금인상 때문에 물가가 오르고… 생각하기 어렵지 않은 악순환이다. 물가안정이 우선은 최대의 복지정책이다. 물가 잡을 생각이 없다는 단정에 대해 말로가 아니라 통화긴축 재정축소 등 행동으로 부정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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