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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양국 외무회담 관련 「지침」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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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양국 외무회담 관련 「지침」 의미

입력
1990.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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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소 수교 「구체일정ㆍ절차」 매듭/소도 경제난 고려 발빠른 화답/가서명은 안돼도 「끝내기」 확실/중국에도 자극 예상… 한중 관계 가속화계기 가능성유엔총회기간중인 오는 30일께 뉴욕에서 개최될 한소 외무장관회담을 앞두고 노태우대통령이 최호중외무장관에게 「양국 관계에 외교적 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지침」을 시달했다는 사실은 이번 한소 외무장관회담이 한소 수교의 구체적 일정을 드러내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 지침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청와대발표대로 「외교정책에 관한 최고결정권자」가 양국 관계발전과 관련해 결단한 내용인만큼 한소 수교에 결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는 열쇠일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번 양국 외무장관회담은 원칙적인 수준을 넘어서 양국 수교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와 일정 등을 합의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연내」 또는 「11월중」 등으로 수교시한을 못박아 발표할 것이 예상되며 수교 직후 노 대통령의 소련방문과 고르바초프 소대통령의 방한문제에 대해서도 깊숙히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의 이러한 「결단」과는 별도로 소련측도 최근 양국 수교를 향한 행보를 빠르게 옮기고 있어 수교발표의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측은 수교가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보여온 반면 소련은 경협과 북한변수를 의식,수교시기를 조절해왔다. 그러나 소련은 최근들어 각종 경로를 통해 한소 관계정상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수교를 대비한 준비를 취하고 있다.

최근 소련은 개방바람으로 다소 자유스러워졌다지만 소련 정부기관지나 관영방송 등이 한소 수교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서는 한편 북한의 폐쇄적 태도를 신랄히 비판하고 있다.

소련언론의 이같은 보도태도에 대해 북한도 정무원기관지인 「민주조선」 등을 동원,불쾌하다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시하는 등 한소 수교를 둘러싼 북소간 감정대립은 점차 극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소련은 또 이달초 셰바르드나제외무장관을 북한에 보내 한소 수교계획을 정식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김영남외교부장이 셰바르드나제에게 비망록을 보내 반감을 강하게 표시했다.

북한이 이 비망록을 공개한 것은 외교관행상 소련과의 관계가 대단히 심각한 상태까지 갔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바로 한소 수교가 북한에 명확히 전달됐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밖에 우리나라와 소련은 지난 14일 무역ㆍ항공협정에 가서명한 것을 시작으로 10월초까지 투자보장ㆍ경제과학기술협력협정에 가서명할 예정이다. 이는 양국 관계가 이미 수교를 눈앞에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소련이 최근들어 이처럼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소련내 경제난의 심각성과 북소관계의 정리,소련의 동북아지역에 대한 주도권 행사 의지강화 등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게 외교전문가의 분석이다.

소련은 최근 들어 고르바초프의 국내인기가 점차 하락함에 따라 경제개혁을 더욱 빠른 속도로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량ㆍ생필품 등 가중되는 경제난으로 국민들간에 페레스트로이카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소련은 가시적인 경제개혁을 빨리 진행시켜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한국과의 수교 및 경협이 소련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으나 경협은 서두를수록 유리하다는 것이 소련의 판단인 듯하다.

또한 소련은 이제까지 한소 수교의 가장 큰 변수로 생각해온 북한과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한 것으로 관측된다. 소련은 한국과의 수교를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한반도평화에 방해가 되는 과정으로 파악하지 않는 것이다. 소련외무부관리들이 『한소 수교는 양국간 문제로서 북한이 장애가 될 수 없다』고 소련언론매체를 통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소련이 북한을 더이상 변수로 생각지 않음을 말한다.

이밖에 소련은 동북아 및 태평양지역에서의 주도권 행사에 대한 강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배경아래서 소련은 우리와의 수교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며 이는 우리측의 적극적 북방정책,남북 관계개선노력과 맞아떨어져 이번 한소외무장관회담에서 결실을 이루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외무장관회담에서 수교의정서 가서명 등 수교자체는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실무절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교논의가 외무회담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외교소식통들은 관측하고 있다.

뉴욕회담에서 한소 수교에 관한 공식발표가 있게 될 경우 이는 다른 유엔회원국들은 물론 특히 중국을 자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침 북경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한중간 활발한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한소외무장관회담의 성과는 한중간 관계개선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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