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 잃고 몸만 빠져나와/친척ㆍ친구집서 더부살이/노동ㆍ파출부로 생계이어/국민 온정서 제외… 소외감 더해수재민들 못지않게 갑작스런 피해를 입었으면서도 수재민들과 달리 관심과 온정에서 제외된 사람들이 소외감을 안은채 다가오는 추석,추위걱정을 하고 있다. 지난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으로 하루아침에 전재산을 잃고 몸만 빠져나온 쿠웨이트 교민들은 사회의 무관심을 원망하며 정착할 거처도 없이 하루하루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중에는 자녀들에게 학교에서 걷는 수재의연금을 쥐어보내고 자신의 처지를 기막혀 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까지 귀국한 쿠웨이트 교민은 8월20일의 19명을 비롯,53가구 2백30명. 이중 9가구 46명은 지난1일 대한적십자사의 배려로 서울 양천구 신월2동 472의1 적십자사 청소년복지관 2층에 임시거처를 마련했으나 나머지는 친척,친구 등 연고자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고있다.
청소년 복지관에 있는 사람들도 자녀가 3명이상인 무연고자들 중에서 선별,수용됐는데 더이상 눈칫밥을 먹을수 없어 옮겨야할 사람들이 11가구 36명이나 되지만 갈곳이 마땅치않은 실정이다. 지난 19일에는 복지관에 하나남은 방을놓고 제비뽑기를 하는 상황이 벌어져 교민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울기까지했다.
복지관의 독신자방에 머물고 있는 권정일씨(48)는 부인 차순복씨(43)를 화곡동 작은처제집에,큰딸(21)은 인천의 큰처제집에,두아들은 망우동 처가에 맡기고 이산가족생활을 하고있다.
이들은 보사부와 적십자사의 식비보조로 겨우 끼니를 해결하면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자녀들의 교육비,교통비를 벌기위해 막노동이나 파출부,봉투붙이기를 하고있다.
쿠웨이트에서 의류도매업을 했던 신광철씨(38)는 『국민학교에 다니는 두자녀의 성화에 못이겨 평생 처음 막노동을 하고 있다』며 『일당으로 학교에서 내라고 하는 수재의연금을 1천원씩 주고나니 난민입장이 더욱 서러웠다』고 말했다.
대체로 쿠웨이트에 산지 10년이 넘어 연령이 40∼50대인 남자들은 관계기관을 찾아다니며 대책을 호소하고 부녀자들은 파출부를 나가거나 한방에 모여 1개 1원50전씩 하는 봉투붙이기에 매달리는게 예사이다.
대부분 반소매 여름옷을 입고있는 이들에겐 다가오는 추위가 큰 걱정이다. 최근 며칠사이 날씨가 추워지자 자녀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감기로 고생하고 있다. 수용시설에 있는 교민들은 적십자사의 주선으로 병원치료가 가능하나 친척집에 흩어진 교민들은 의료혜택을 받기도 어렵다.
쿠웨이트교민 회장으로 난민대책위원장을 맡고있는 장정기씨(47)는 『가장 시급한 것은 가족이 함께 살수있는 거처』라며 『관계기관을 수차례 찾아 다녔으나 상부지시나 예산,관련법령이 없다고해 되돌아올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교민들이 쿠웨이트에 사는동안 수해 등 고국에 재해가 닥칠때마다 성금을 보냈던 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배려와 국민들의 관심에서 소외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이재열기자>이재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