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니텍 이어 은마ㆍ대도발생… 확산/시중금리는 하락세… 자금사정 괜찮아/개별기업 경영능력 때문인듯남해화학 불법어음보증사건의 한국유니텍과 중견관광회사인 은마여행사등의 부도에 이어 모피생산업체인 대도상사가 1억2천여만원의 부도를 내고 회사정리절차에 들어갔으며,이와 때를 같이해 증권가에 10여개 중소전자업체와 섬유업체의 부도설이 일제히 퍼져 추석을 앞둔 금융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시중자금사정을 둘러싼 이 술렁거림은 한편에서는 기업자금사정의 악화로 특히 많은 중소기업들이 부도위기에 몰려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증시침체로 전반적인 자금사정이 좋은 상태는 아니지만 통화당국의 추석자금방출로 한동안 치솟던 시중금리가 한풀꺾이는등 심각한 국면은 아니라는 지적이 맞서 나오고 있다.
○…기업의 전반적인 자금난과 중소기업의 부도설은 이달초 한국유니텍 부도사건이 터진 이후 서서히 금융계에 확산됐다. 한국유니텍의 부도가 수출부진이 배경에 깔려있긴 하지만 주로 공장의 화재와 남해화학의 불법적 어음보증이 문제가 돼 터진 특수한 부도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추석자금을 본격적으로 풀기에 앞서 지속된 다소간의 긴축분위기로 자금구득난 상태였기 때문에 연쇄부도사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아울러 은마여행사에 이어 지난 12일 밍크코트 등을 생산,수출하는 대도상사가 부도를 내고 회사정리절차를 밟게되자 부도설은 전자와 섬유업종으로 크게 확산됐다.
기업들은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릴 것 없이 추석보너스등을 마련하느라 은행 단자사 등으로 뛰었다. 올해만 새삼스러운게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기도 했지만 기업들은 자금을 쉽게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엔 계획된대로 증자등을 통해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남의 눈치를 실필 것도 없었으나 올해는 은행창구등을 찾아가 사정해야 하니 체감하는 자금난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부도설은 지난 20일 ㈜한창,신한인터내셔널,중원상사 등 10여개의 상장 중견회사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해당회사가 부도설을 공식으로 부인하는 공시를 내 절정에 달했다.
○…다발적인 부도설로 금융계가 확인소동을 벌이며 다소 긴장하는 가운데 수치로 나타난 시중금리는 오히려 오름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연일 연중최고치를 기록하며 치솟던 회사채유통수익률(3년만기짜리)은 19일의 17.86%를 고비로 20일엔 17.71%로 떨어졌으며 통안증권의 유통수익률도 19일 15.66%에서 20일엔 15.65%로 약보합세였다.
비은행간 콜거래금리 역시 18,19일 15%대로 올라서더니 20일엔 14%대로 다시 떨어졌다.
아울러 이같은 부도설 속에서도 어음부도율은 지난 10일 0.04%를 최고로 점차 낮아져 18일엔 0.02%를 기록했고 19일엔 0.01%로 완전히 정상상태임을 보였다.
○…통화당국은 이 수치 등을 근거로 시중에 자금이 결코 부족한 상태는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증시가 침체상태를 지속,기업이 직접금융시장에서 조달해가는 자금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통화성 금융기관의 민간여신이 계속 전년동기보다 25%정도가 높게 증가하고 있는 등 자금공급이 다소 신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실제 부도가 발생했거나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는 기업들은 개별적 경영능력등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시중자금사정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지더라도 이런 기업들은 생겨난다고 보고 있다.
○…이번 부도설에 대한 증권가의 반응은 지난 87년 이후 우후죽순 격으로 진행된 기업공개의 문제점이 증시의 침체,전반적인 자금난 등과 겹쳐 뒤늦게 정리되는 과정이라는 쪽이 강하다.
따라서 특정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금이나 영업기반등이 취약한 상장기업들의 경우 업종별 경기마저 가라앉고 은행대출창구의 사정이 별로 탐탁지 않을 경우 부도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특히 기업공개의 홍수 속에서 수억원의 자본금을 수십억원으로 물타기해 증시에서의 자본이득에 급급했던 상장회사들은 최근들어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부도설을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시중자금사정의 지표와 현실이 항상 일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닌데다 수출부진과 증시침체가 장기간 이어져 한계기업이 속출할 여건이 상당히 무르익었기 때문이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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