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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인상이라니(사설)

입력
1990.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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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해도 너무 한다. 서울에서 자동차를 사서 등록할 때 매입하도록 돼 있는 지하철공채 매입가격을 차종에 따라 50∼2백%까지 인상하면서 91년 1월1일부터 실시키로 돼 있는 입법예고를 무시하고 1백3일,즉 3개월10일 이상이나 인상 실시 시기를 전격적으로 앞당긴 결정을 보면서 우리는 행정편의도 유만부동이고 국민을 깔봐도 너무 깔보는 듯한 경제장관들의 발상에 불쾌감을 감추기가 어렵다.입법예고가 무엇인가. 정부가 앞으로 할 입법조치나 정책방향을 국민들에게 미리미리 알려 시행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대국민홍보이고 약속인 것이다. 그런데도 지하철공채 매입가 인상 시기를 입법예고보다 훨씬 앞당겨 공포일부터 시행토록 한 경제장관회의와 경제장관회의의 결정을 그대로 추인해준 국무회의의 의도와 속셈은 무엇인가. 국민의 입장을 한번만 생각해 봤어도 재고가 가능할 사안이었으니까 하는 말이다.

당장 20일부터 실시토록 함으로써 차를 갓산 서울시민들이 19일 하오부터 10일 새벽 2시까지 차량등록을 앞당겨 마치려고 심야까지 아우성을 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민을 위해 있는 행정인지,행정을 위해 국민이 있는 것인지 어리둥절하게 하는 장면이다.

어찌됐건 국민들과의 약속을 어긴 이번 조치는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결론부터 말해 서울 지하철공채 매입가 인상 실시시기는 입법예고대로 91년 1월1일부터 시행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본다. 1백3일을 앞당긴 조치는 당연히 취소돼야 마땅하며 행정편의와 국민을 경시하는 구태의연한 사고에 젖은 행정관료들이 다시 한번 반성하는 계기를 갖도록 권하고 싶다.

물론 우리는 서울ㆍ부산 등 대도시의 한계상황에 달한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안이 일시에 다량의 교통인구를 수송할 수 있는 지하철 증설밖에는 달리 뾰족한 길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또한 지하철을 거미줄처럼 늘려가야 하나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정부의 예산상 뒷받침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때문에 이용자부담 내지는 수익자 부담원칙이나,여유있는 계층이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더 큰 몫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에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써 세금을 더 내야하고 새로운 부담을 더 져야 한다면 감내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국민에게 새로운 세금이나 새로운 부담을 줄 때는 그 세율이나 인상폭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그것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도 국민을 납득시키는 충분한 홍보과정이 뒤따라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정치나 행정의 독주와 독선,전횡과 편의만 앞세운다면 이를 어찌 정치의 민주화,행정의 민주화가 진행중인 사회라 할 수 있겠는가. 지하철공채 매입가 인상 실시시기의 전격적인 앞당김에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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