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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축구 기대가 크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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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축구 기대가 크다(사설)

입력
1990.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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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축구대표팀의 친선경기가 내달 평양에서 열리게 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50여년 만에 서울ㆍ평양에서 교대로 열리던 축구의 남북 대결이 부활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남북한간의 대결 상황은 정치와 군사문제에 대한 우선논의로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온 북한이 고집을 꺾고 축구교환경기에 동의한 것은 새로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같은 스포츠교류가 미ㆍ중공간의 핑퐁외교처럼 꽁꽁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서서히 해빙시켜 인적 물적 교류로 확대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북한의 태도변화는 축구에 국한된 게 아니다. 이번 북경아시안게임때 공동응원을 비롯,내년 일본서 개최되는 세계 탁구대회와,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대회에 남북한 단일팀 파견제의와 함께 분단 후 처음으로 내달 평양서 열리는 범민족통일음악회에 남한의 음악인 등 17명을 초청하는 등 교류의 폭이 넓다. 특히 음악인 초청의 경우 지금까지의 태도와는 달리 남한당국의 승인을 거친 후 초청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유화적 태도를 보인데는 몇가지 사정과 배경이 있을 듯하다. 첫째는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방책이다. 오늘날 북한은 정권수립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의식에 빠져있다. 동구의 사회주의국가들이 민주화개혁을 단행한 데 이어 그토록 믿었던 소련과 중국이 남한과 조만간 국교정상화 또는 밀착관계를 가속할 형편이어서 더이상 폐쇄를 고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둘째는 스포츠교류 등을 통해 「한국문제는 남북당사자들 손으로」라는 논리를 실천함으로써 한국의 유엔가입을 저지하려는 계산을 읽을 수 있다. 다음으로 제2차 총리회담을 전후하여 남북한의 축구경기와 음악회 등을 가짐으로써 평양,즉 북한의 평화의지를 선전하겠다는 측면이다. 끝으로 이같은 제한적 교류를 계기로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여 장차 남한의 관광객을 자연스럽게 유치하려는 뜻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유화적 태도변화는 당면한 내외의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수정전략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현 남한당국에 대한 불인정과 통일전선전략 등에 의한 대남적화 해방이란 기본방침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북한이 스포츠와 문화교류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기왕이면 이산가족의 고향방문과 생사확인 서신교환 등을 위한 적십자회담 재개와 경제 직거래도 추진할 것을 권고하고 싶다.

이제 북한이 교류에 응하기로 한만큼 남한당국의 대북 자세도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 우리측이 이미 제의한 것을 수락한 것일 뿐이라거나,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결국은 개방물결을 거역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식의 안이한 태도는 버려야 한다. 북한이 외교적 경제적으로 고립되고 궁지에 몰려있다고 행여나 우위적 자세로 대해서는 곤란하다. 우리는 북한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그들을 감싸고 포용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모처럼 보인 스포츠 등의 교류호응이 끈끈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결실을 얻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스포츠교류가 인적 물적 및 문화적 교류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보다 진취적이고 전향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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