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간접투자확대” 명분 팽창예산/재정인플레→고물가 우려 높아/지방양여세까지 합하면 28% 늘어… 82년 이후 최대/경직성 경비 비중과다 여전… 국민 실질혜택은 적어20일 정부가 확정한 내년예산안은 늘어난 국민부담에 비해 국민편익증가는 그다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반회계만 따져 올해보다 4조5천억여원이 증가했지만 복지개선이나 경제사회개발을 위한 사업비는 1조8천억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당초 정부가 도로ㆍ항만건설 등 성장잠재력 배양을 위해 사회간접자본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내건 예산확대명분이 경직적인 예산구조 때문에 크게 퇴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정치권의 협조없이 기존 법률제도 체계하에서 예산당국이 혼자 사업비 증액을 위해 노력한들 어차피 한계가 있을 것은 예상대로다. 그러나 나라살림을 위해 정부를 믿고 꼬박꼬박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입장에서는 낼돈이 늘어난 만큼 눈앞의 혜택이 불어나지 않을 경우 실망스러울 것은 당연한 이치다.
내년 예산규모를 보면 일반회계와 신설된 지방양여세를 합해 총 29조1천7백91억원에 달해 올해(일반회계 22조6천8백24억원) 보다 무려 28.6%나 증가했다. 일반회계증가율(19.8%)만 따져도 지난 82년 22.0% 이후 9년 만에 최고수준.
이는 80년대 들어 국민과 국회ㆍ정부간에 마지노선이라 여겨왔던 20%대를 아슬아슬하게 육박하는 수치다.
예산당국은 일반회계증가율만 따져야 할 것 아니냐고 변명하지만 납세자인 국민입장에서 나라에 낼 몫이 28.6%나 늘어나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정부는 내년 세수규모는 올해 예상 실적과 대비하면 10.7% 증가에 그쳐 내년 경상 GNP(국민총생산) 전망치 12.9%보다는 낮으며 따라서 조세부담률도 19.0%에서 18.8%로 하락,국민부담이 그만큼 덜어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세금부담에 관한한 당국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것 같지 않다.
이미 지난해 이맘 때 올 예산안을 발표할 때도 당국은 국민 1인당 세금부담액이 62만8천원으로 조세부담률은 89년 18.2%에서 17.6%로 낮아질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런데 국세청은 가만히 앉아 있는데 순진한 국민들이 자꾸 세금을 갖다낸 탓인지 결과적으로 올해 1인당 세금은 10만4천원이 늘어난 73만2천원에 이를 것이 확실해졌다.
조세부담률도 당초 예상보다 1.4% 포인트 높은 19.0%에 달함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내년 예산안에 나타난 대로 국민세금이 80만7천원(부담률 18.8%)선에 그칠 것으로 곧이 듣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6공출범 이후 해마다 국민부담이 급증추세(88년 17.9%,89년 18.6%,90년 19.0%)였고 7차 경제사회발전수정계획상 조세부담률 전망을 줄곧 웃돌아 온 점으로 미루어 내년에도 1인당 90만원에 가까운 짐(7차계획상 부담률 19.3%)을 져야 할지 모른다.
물론 경제엔 「공짜점심」이 없으니 선진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국민들이 돈 안내고 교통ㆍ환경ㆍ주택난을 해소하라며 목소리를 높일 순 없는 일이다. 문제는 제대로 쓸 곳을 찾아 짜임새있게 예산을 짰느냐로 모아진다.
정부는 사회간접자본 환경보전ㆍ농어촌 지원ㆍ서민주택 건설ㆍ민생치안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분야에 올해보다 평균 30% 이상씩 예산배정(특별회계 포함)이 늘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내년 일반회계 증가분 4조5천억원 가운데 사업비 몫은 40%를 겨우 웃도는 1조8천억원 가량에 그쳤다.
방위비ㆍ인건비ㆍ지방교부금 등 경직성 경비가 덩달아 커지는 바람에 사업비를 더이상 늘릴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예산실무자들은 전체 일반회계중 경직성 경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올해의 67.1%에서 65.9%로 낮춰 애쓴 보람이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방위비를 경상 GNP성장률(12.9%)과 연계시켜 2년째 GNP대비 4.18%선을 유지하면서 일반회계 비중을 30.4%(90년)에서 28.6%로 줄인 것은 복지ㆍ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민선정부의 역할과 관련,의미있는 선택이라 여겨진다.
그렇지만 민간부문의 자율성 확대에 따라 정부기구축소 등 방위비 축소외에도 예산절감 여지는 적지 않아 이 점은 특히 국회심의 과정에서 정치권의 과감한 결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한편 소관기관별 내역에서는 국가안전기획부예산이 남산정비계획에 따른 청사이전 등의 이유로 올해보다 무려 4백90%나 급증해 주목된다.
정부는 내년 경상성장률을 올해 당초전망(11.3%)보다 높여잡은 까닭은 연례행사로 벌여온 추가경정예산편성 관행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올 1차 추경대비 내년사업비예산은 7천억원 정도밖에 늘어나지 않았으므로 지자제와 총선 등 잇단 선거를 앞두고 예년처럼 사업비 증액위주의 추경편성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세수확대와 손발을 맞춰 추경 등 예산확대를 밀고갈경우 가뜩이나 페만사태로 내년 경제형편이 불투명한상태여서 「재정팽창→고물가」의 악순환을 부를 우려가 없지 않다.
커진 덩치 만큼 실익이 느껴지지 않는 이번 예산안을 놓고 이제부터는 국회가 보다 진지한 자세로 세금이 아깝지 않은 쓸 곳을 찾아달라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바람이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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