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복구” 업고 밀어붙이기 여/“분위기 조성 찬물” 거센 반발 야/김 총재 옥내집회로 맞불… 막후교섭 더 멀어질 듯국회정상화를 위한 여야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민자당이 20일 제2차 추경예산의 단독처리 방침을 결정하고,평민 등 야당이 속수무책 속에 반발하고 나서 등원협상은 다시 시계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야당의 의원직 사퇴서제출 이후 대치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던 여야는 남북고위급회담으로 조성된 초당적 분위기와,이에 이은 박준규국회의장의 김대중 평민총재 방문 및 사퇴서 반려무드에 힘입어 접점을 모색해 가는 듯했으나 수해복구 등에 필요한 추경예산의 단독처리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국회는 지난 10일 개회후 10일간 본회의 휴회결의를 한 바 있어 어차피 21일 본회의를 속개해야 하는 상황이긴 하나,추경심의를 위한 예결위 구성과 관련 상임위 가동이 여전히 민자당 단독의 파행상을 벗어날 수 없는 형편이다.
○…민자당이 제2차 추경예산안의 처리시한을 오는 28일로 못박음으로써 야당의 국회등원을 위한 여권의 유인전략은 제2단계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최근 들어 야당과의 대화채널이 다시 단절된 상태에서,또 평민당의 등원환경이 「호전」됐다고 할 만한 객관적 정황이 뚜렷치 않은 시점에서 예결위 구성과 추경처리를 강행한다는 방침을 천명한 것은 다분히 공세적 국면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민자당의 이같은 강공자세는 지난 19일 당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및 총무단의 청와대회동에 이어 20일 상오 세 최고위원이 참석한 핵심당직자회의를 거쳐 정리돼 나온 대야카드라는 점에서 당분간 대야관계의 기조가 될 전망이다.
민자당은 그동안 여러 갈래의 채널을 통해 평민당이 등원압력을 느끼고 있음을 감지했던 게 사실. 이에 따라 야당의 등원유인을 위해 지자제문제 등 쟁점현안들에 대한 타협의 의지를 나름대로 부각시켜 왔고,평민당 역시 등원의 전제조건을 5개에서 2개로 축소하고 나서 일견 여야간 접근의 분위기가 풍겨나는 듯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쟁점부분들에 대한 이견상이 더욱 불거지는 양상으로 나타났으며,「선 등원ㆍ후 협상」의 국회정상화 방식은 김대중 평민총재의 최종선택의 문제로 압축돼 가고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특히 수해문제를 다룬 국회상임위의 단독가동이 나름대로 성과를 기록했다는 자체평가에다 남북한 축구대표팀 교환경기 등 남북관계의 눈에 띄는 「활성화」 등이 평민당에게 선택의 압력을 강화해 가고 있다는 분석에 따라 「몰아붙이기」의 변화를 시도한 것으로 여겨진다.
김동영총무가 이와 관련,『추경처리를 위해 민자당이 국회를 단독운영해도 국민들은 이를 이해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나,이날 핵심당직자회의가 『평민당의 국회등원이 없는 한 김 평민총재와의 청와대회동은 없다』는 「통첩」을 확인한 것도 막후교섭보다는 공개외압의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것이다.
민자당은 이처럼 수재복구비가 포함된 추경처리를 대평민 외압의 수단으로 활용함과 동시에,평민 및 여론추이의 틈새에서 「할일」은 단계적ㆍ선별적으로 실행해 가겠다는 의도를 내보이고 있기도 하다.
○…평민ㆍ민주당 등 야당은 민자당의 추경단독처리가 오히려 등원에 대한 야당의 입장을 강경하게 몰고 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민자당의 단독 추경강행 소식이 전해지자 평민당의 한 당직자는 『아무리 추경이라고 하지만 민자당이 국회를 이런 식으로 끌고 간다면 야당은 국회에 들어가고 싶어도 못들어 간다』고 말했다.
평민당은 수재가 나자 곧바로 총재의 기자회견을 통해 등원에 대한 신축적 입장을 보이며 여권에 월내결단을 촉구했는데 민자당이 단독국회를 강행하자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김 총재는 20일 의정부시에서 가진 국정보고대회 연설에서 원칙없는 등원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고 민주당 역시 등원에 대한 완강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평민당은 이번 추경이 수재복구와 상관이 있다는 점 때문에 단독강행의 명분을 확보하고 있다는 민자당의 주장에 대해 강력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수재복구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이미 확보된 예비비 등을 통해 응급처방을 할 수 있는 데도 민자당이 수재를 계기삼아 단독국회를 강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평민당은 등원을 위한 최후의 요구조건으로 제시한 지방자치제 약속이행과 내각제 포기선언이 관철되지 않는 한 추경국회는 물론 그 이후의 국회에도 불참할 것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등원에 관한 한 평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경한 입장에 있는 민주당 역시 추경국회와 그 이후의 국회에 대해 부정적임은 물론이다.
야당은 민자당의 단독국회 강행이 등원협상의 분위기 조성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당분간은 국회가 파행운영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태도이나 이러한 태도도 10월에 들어서면서는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조재용기자>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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