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나흘」로 사별한40년수절/한ㆍ눈물의 망부일기 무덤바쳐/50년 전쟁때 헤어져 남북이별살아서 해로하지 못한 남북부부의 사랑은 눈물겨웠다. 두고온 처자를 만나러 북한에 갔다가 급서한 LA영락교회 김계용원로목사(69ㆍ한국일보 9월8일자 23면보도)의 무덤에는 40년간 수절해온 부인 이진숙씨(69)의 망부의 일기장이 함께 묻혔다. 전쟁중인 50년에 헤어진 뒤 기약없는 재회를 그리며 살아온 여인의 한과 눈물이 담긴 기록이다.
지난1일 김목사가 사망한 뒤 경위를 알아보려 애써온 LA지역 한인들에 의해 확인된 김목사부부의 짧은재회와 영원한 이별은 LA교민들은 물론 이산부부들을 더 슬프게 하고 있다.
김목사의 방북과 비슷한 시기에 북한을 방문하고 지난19일 돌아온 LA영락교회 정상호장로(70)부부에 의하면 김목사는 부인을 만난지 겨우 나흘만에 숨졌다.
김목사는 8월28일 평양에서 평북 구성시에 찾아가 꿈에 그리던 부인과 2남 광훈씨(43ㆍ운전원)가족을 만났다. 이어 나흘뒤인 9월1일 고향 신의주의 부모산소를 성묘하고 신의주남구역 와이동의 형수집에 들러 점심을 먹고 화장실에 다녀온 뒤 『가슴이 답답하다』며 드러누워 부인과 2남,조카 형수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운명했다.
지난17일 정장로를 만난 부인 이씨는 김목사의 임종순간을 전하고 『내년에 다시 왔다가 세상을 떳더라도 이렇게 허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울었다고 한다. 부부가 다시 만나 쌓인 회포를 푸는 동안 이씨가 40년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쓴 일기를 보여주자 김목사는 『미국으로 가져가야겠다』며 싫다고 하는 부인 몰래 일기장들을 가방에 넣었었다.
남편의 사망후 가방에서 일기장을 찾아낸 이씨는 장례때 남편과 함께 일기장을 묻었다. 그리고 『내년에 올때는 더 좋은 것을 사다주겠다』며 선물한 시계를 간직한채 남편이 늘 차고 다녔던 네모진 손목시계와 안경을 쓰고 있다.
이씨는 남편이 고향에 있는 처자와 동행하여 찾아갈 생각에서 평양에 있는 친척들을 만나지 않은채 세상을 뜬 것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노령의 김목사는 피로와 정신적 흥분상태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켰던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의 해외동포원호회가 김목사의 묘소,가족사진과 함께 정장로편에 보내온 사망진단서에는 직접사인이 「급성심장기능부전」이라고 돼 있다. 평북법의감정원이 작성한 이 진단서는 또 추가사항으로 「급성심장기능부전의 유인으로 정신적 흥분,정신피로감이 있었음」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정장로부부는 LA귀환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사실과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알려 교민들을 또 울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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