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대통령이 얼마전 페르시아만 미군 작전비 분담과 경제적 타격국 원조를 요청할 「부자나라」 그룹에 한국을 포함시켰을 때 내심 놀랐다.한국이 쿠웨이트ㆍ사우디아라비아ㆍ서독ㆍ일본 등과 나란히 「부자나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인가.
한국이 「NICS」(신흥공업국)그룹의 선두주자의 일원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세계 경제대국인 서독 일본이나 굴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과 견줄 바는 되지 못한다. 특히 한국경제는 세계경제보다 한발 앞서 스태그플레이션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수해가 겹쳐 경제상황이 악화됐다. 반미주의가 사회일각에 충전된 분위기에서는 페르시아만사태에 대한 부시행정부의 「모자돌리기」식 모금에 『이 판국에…』하는 감정적인 거부반응이 충분히 표출될 수 있다.
더욱이 명분은 정당하더라도 미국의 사우디와 페르시아만 파병은 부시행정부 자신의 일방적인 행동이다. 사전 협의도 없이 임의로 일을 벌여놓고 협조를 강요하는 것이 됐다. 미국내의 일부 여론조차 『나를 따르라』는 명령식의 이러한 미국적 리더십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무례와 오만과 한국의 현 경제여건을 들어 미 행정부의 「모자돌리기」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오랜 우방 한국의 위치다.
부시 미대통령은 페르시아만사태를 「부시 대 후세인」의 대결이 아니라 「후세인 대 세계」의 대결로 투영시키고자 한다.
그래서 부시행정부는 한국에 대해 실질적인 협력보다는 상징적인 협력을 기대하는 것 같다. 일본과 서독과 같은 수준의 기여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행동이 빠른 스티븐ㆍ솔라즈 미하원 동아태소위위원장은 19일 타이밍을 맞춘 청문회에서 한국의 상징적인 규모의 파병을 희망했다. 그러나 솔로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북한의 위협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부시행정부가 한국군의 파병은 기대치 않는다는 것을 시사했다.
솔라즈의원은 「다다익선」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에서 한국군의 파병을 거론했으나 베트남전쟁때와는 모든 것이 다르다. 노태우대통령은 이미 「불가」를 표명했다. 문제는 분담금이다. 미국은 한국정부가 내정한 것으로 전해진 「협력규모」에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유보하고 있다.
기왕에 협력한다면 일본처럼 미의회,행정부,언론 등으로부터 집중비난을 받은 뒤 허겁지겁 지원금을 배가하는 곤혹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주는 데도 기가 필요하다. 주미대사관의 고위관계자의 말처럼 금액이 적을수록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을 성싶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