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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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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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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볼일 없는 회전의자에 앉아 있는 것 같지만,유엔의 사무총장은 1만3천명이라는 엄청난 사람들을 부리고 있다. 우선 사무차장만 해도 28명이고,차장보가 29명이나 된다. 위원회나 위원회 비슷한 특별기구가 1백50개를 넘고,해마다 9월부터 12월까지 넉달 동안 열리는 총회기간중에 자그마치 4억장의 인쇄물이 쏟아져나온다. ◆2차대전 후 유엔이 창설될 때 세계는 유엔이 평화를 보장해주는 「세계정부」가 되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전쟁을 빼고 유엔은 세계의 전쟁과 평화에 뾰족한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 모든 국제문제가 미ㆍ소라는 두 초강대국과 동서의 두 군사동맹,그리고 유럽공동체(EC)같은 경제기구에 의해 좌우됐기 때문이다. 유엔총회란 기껏 「입씨름」의 무대였다. ◆유엔의 입씨름은 결의문의 점을 어디에 찍고,형용사를 어떤 말로 쓰느냐 하는 따위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결의문의 상당수가 해마다 되풀이 올라오는 것이고,결의안의 과반수는 만장일치로 통과되고 있다. 그래서 영국의 애덤ㆍ로버츠교수(옥스퍼드대)는 유엔이 『세계 공통요소를 창조하고,현실보다 더 높은 기준을 위해 설득함으로써 더 나은 세계를 약속한다』고 말한다. ◆유엔은 한국전쟁 이후 기껏해서 소규모의 「평화유지군」을 분쟁지역에 보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맞서 유엔이 「다국적군」을 조직한 것은 따라서 유엔사상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 확실하다. 45차 유엔총회가 18일 개막된 것과 함께,판문점에서 남북한의 유엔가입문제를 놓고 실무회담이 열린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니다. ◆우리측의 「별도가입」에 대해 북측은 남북한이 단일의석으로 가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남북이 한달 교대로 대표권을 갖자는 웃지 못할 구상도 내놨다. 「별도가입」이 「분단고착」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독일통일과정에서 증명됐다. 「단일의석」이라는 코미디같은 연극을 할 바에야 꼭 유엔에 가입해야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남북대화에도 지켜야 될 상식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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