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차 유엔총회가 개막되고 때마침 판문점에서는 18일 유엔가입문제를 두고 남북회담이 열리면서 한국외교의 숙원인 유엔가입문제가 중요한 관심사로 다시 클로스업되고 있다.「유엔헌장상의 의무를 수락하고 이를 이행할 능력이 있는 평화애호국」이면 어느나라나 가입할 수 있고 또 현재 1백60개국이 가입해 있는데 세계 12대 교역국인 한국이 아직도 유엔회원국이 되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보아 납득키 어렵다. 이러한 기현상이 지속되어 온 것은 부끄럽게도 그동안 남북이 서로를 들어가지 못하게 견제해왔기 때문이다. 남한은 미국을 앞세우고 북한은 소련을 앞세워 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행사하게 함으로써 유엔가입을 방해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냉전체제가 무너져 미소간의 화해무드가 무르익고 특히 한소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유엔외교의 양상도 많이 달라졌다. 남측은 동시가입이든 단독가입이든 어느쪽이나 좋다는 식으로 문호를 개방했다. 북쪽이 동시가입을 싫어한다면 단독가입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쪽이 단독가입안을 냈을 때 동시가입안을 들고 나왔던 북쪽은 이제와서 단독도 동시도 다 싫고 코리아라는 동일티켓으로 가입하자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18일의 판문점 회담에서도 남북은 서로 자기주장의 정당성을 내세우는 설전으로 일관했다. 남쪽에서는 통일될 때까지 따로 가입하자는 주장이고 북쪽에서는 그렇게 하면 분단을 고착화시킨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북쪽의 동일티켓 가입안은 이론적으로 보아 그럴 듯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점이 많다. 동서독이나 남북예멘도 따로 따로 가입해서 오늘의 통일을 가져온 걸 보면 분단을 고착화시킨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유엔산하의 각종 전문기구나 다른 국제기구에도 남북이 따로 가입해서 제각기 대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 80여개국에 남북이 따로 대사관등 공관을 설치하고 있다. 북쪽이 주장하는 원칙을 적용하려면 이들 80여개국에도 남북이 단일공관을 두어야 하고 수십개의 국제기구에도 단일 대표권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북쪽의 단일대표권 주장은 이론적으로는 나무랄데가 없고 또 통일이 되면 언젠가는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할 이상이나 현실적으로는 상당히 무리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쪽이 단일의석가입을 계속 고집한다는 것은 결국 세계 12대 교역국인 남한의 유엔가입을 무슨수를 써서라도 저지하겠다는 뜻밖에 안된다.
한국의 유엔 가입에 열쇠를 쥐고 있는 소련이나 중국이 북한주장에 동조할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쪽 주장을 들어주는 것이 북한의 개방에 도움이 된다면 생각을 달리 할수도 있을 것이다.
단독이든 동시이든 동일대표권이든간에 유엔가입 그 자체가 따지고 보면 별것도 아니고 북한의 개방보다 더 중한 문제가 될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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