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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 「야당 노릇」/조재용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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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 「야당 노릇」/조재용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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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는 중요할지 몰라도 「민생」과는 관련없는 정치쟁점들을 여야가 거창하게 부각시켜 끝모를 대치를 거듭,정치가 함몰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때,이른바 민생문제는 여야를 불문하고 부담으로 느껴지게 마련이다. 과거 야당이 여당에 대한 마지막 유효수단으로 장외를 「애용」하던 시절,여당측의 회유 및 반격 명분으로 민생문제가 자주 동원되던 기억이 그리 오래지 않다.요즘 야당의 불참 속에 민자당만으로 가동되는 수재관련 국회상임위도 쉽게 말하면 이런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정치권이 「개발」해온 전래의 정치행위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지난 17일부터 강행된 민자당 단독의 행정ㆍ내무위와 이에 이은 18일의 보사ㆍ건설위를 취재하다보니 색다른 느낌을 받게 됨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야당의석이 비어있음에도,의원들의 정책질의에서 야당 부재의 현장을 특별히 느낄 수 없을 정도의 강도가 과시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65년 만의…」 혹은 「금세기 들어 가장 많은 강우」라는 식의 표현으로 이번 수재가 천재임을 은연중 전제시하려는 정부측 자세는 행정 불비에 의한 인재임을 밝히려는 의원들의 예상밖의 「열의」에 곤욕을 치르기가 일쑤.

행정위에서 서울시장 인책이,건설위에서 건설부장관 사퇴요구가 속출하는가 하면,내무위에서는 내무부의 보고자료 부실을 격렬히 호통치는 바람에 개의 40분 만에 정회되는 장면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긴 홍수피해가 워낙 엄청난 만큼 피해주민들의 분노를 피부로 느끼고 돌아온 의원들의 현장감이 「돈독한」 당정관계를 살펴줄 여유를 허용치 않았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어느 의원의 표현대로 『의원직이란 무한책임을 갖기 때문』에 어느 순간 행정부와는 또다른 입장에 놓여 있다는 점이 여당의원들로 하여금 「야당 노릇」을 자청하게 됐으리라는 상황도 이번 수재가 바로 「민생」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미치게 되는 생각은 평상시 맥빠지기 일쑤인 의정활동상이 대조적으로 상기됨과 동시에 「야당 노릇」을 여당에게 허용한 채 장외공세에 머물러야 하는 작금의 야당형편이 안타깝게 남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안타까움은 상대적 관계인 여와 야의 공동귀책이라는 사실의 재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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