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삭제없이 아랍어자막 곁들여 방영/곧이어 시위장면 보내 반미증폭 계기로사담ㆍ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 국민에게 미국의 입장을 직접 설명하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이라크 국민의 반미감정을 증폭시키는 계기로 삼아 「심리전」에 관한한 미국인보다 한수 위임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이라크의 채널 1TV는 지난 16일 부시 미 대통령의 대 이라크 국민메시지를 담은 8분짜리 녹화테이프를 아무 삭제없이 아랍어자막까지 친절히 곁들여 방영했다.
그러나 곧바로 부시의 메시지를 「거짓과 모순」으로 가득찬 것이라고 비난하는 이라크 TV 앵커의 해설이 있었으며 부시의 메시지가 유발한 것이라는 「억지」설명과 함께 과격한 반미 시위장면이 부시연설시간의 3배가 넘는 25분동안 방영됐다.
이 기묘한 브라운관 싸움이 성사된 것은 부시가 후세인이 미국 TV를 통해 미국가정 안방까지 「침투」한 것처럼 자신도 이라크 TV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데서 비롯됐다.
후세인은 부시의 「투정」이 자신이 미국 TV에 출연,대미 심리전을 펴는 것을 봉쇄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고 6일 부시에게 이라크 TV 「출연」을 제의했고,부시는 이를 즉각 수락했다.
그러나 이라크는 부시의 메시지를 무력화할 수 있는 교활함을 갖고 있었다. 약속대로 황금시간대에 방영했지만 사전예고를 하지 않았으며 또한 1개 더있는 채널인 2TV에서는 이라크국민에게 인기높은 만화영화를 방영,시청자의 시선을 돌려버렸다.
이번 브라운관싸움으로 이라크는 일단 후세인이 미국 TV에 계속 접근할 수 있는 명분만은 갖게 됐다. 외교적 고립이 가속화되는 가운데서도 이라크가 이제 남은 유일한 무기인 TV심리전을 계속 펼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윤석민기자>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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