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만사태가 시작된 지 벌써 50일째로 접어들고 있으나 사태의 향방은 여전히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기자는 이번 사태의 배경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그 향방을 진단하기 위해 지난달말부터 근 반달간을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보냈다.
그러나 이라크정부의 엄격한 통제하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진 짧은 현지 취재활동을 통해 의도했던 목적을 이루기는 극히 어려웠다.
이라크정부는 대부분의 외국보도진을 바그다드의 쉐라톤과 메르디안호텔에 수용하고 각 보도진마다 공보부관리를 전담안내원으로 배정,이들을 통해 취재를 하도록 했다.
이들이 허가하는 취재는 관리인터뷰,반미시위 등 그들이 선전하고자 하는 것이 고작임은 물론이다. 그나마 부총리 장관 등 고위관리와의 인터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다.
모두 관영언론인 현지 신문ㆍ방송도 일방적인 보도만 일삼아 이를 보다보면 마치 일부 서방국가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인이 이라크를 지지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이처럼 철저한 통제상황 때문에 외국취재진들은 이번 사태를 보는 이라크국민들의 속마음을 좀처럼 파악하기 어려웠다.
어쩌다 감시의 눈을 피해 솔직한 의견을 말하는 이라크인을 만나더라도 그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조심조심 말하곤 했다.
그러나 사담ㆍ후세인정권에 대한 지지도에 관계없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은 민심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으며 미국 등 서방에 대한 아랍인의 적대감이 예상외로 뿌리깊은 것임도 확인할 수 있었다.
후세인을 비난하는 이라크인들 조차도 서방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아랍권을 분열시켜왔으며 쿠웨이트도 이런 의도하에서 영국이 이라크로부터 분할,독립시켰다고 주장했다.
일제의 대한 식민지배를 떼어놓고 미묘한 한일 관계를 설명할 수 없듯이 억압과 음모로 점철된 서방의 아랍식민지배역사를 배제하고는 오늘의 아랍권의 보편적인 반서방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이라크 현지취재는 이런 문제들이 겹쳐 페만사태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렵게 하는 힘겨운 취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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