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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ㆍ소의 대북정책 숨가쁜 변화/김일성 극비 방중계기 살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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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ㆍ소의 대북정책 숨가쁜 변화/김일성 극비 방중계기 살펴보면

입력
1990.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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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개방압력 가중 「한국과의 수교」 기정사실화/중 무조건 지지벗고 「대한 실질협력」 고삐 당겨/북,「두 조선 반대」 등 포기 가능성북한주석 김일성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중국 심양을 극비리에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 돌연한 중국방문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닐 수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북한을 둘러싼 주변강국과의 역학관계가 급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와 동구의 변혁,이로 인한 탈냉전 및 우리의 북방외교 등이 서로 맞물리면서 과거 사회주의동맹국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북한­소련,북한­중국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둘러싼 한반도 주변정세의 거대한 지각변동은 북한을 더이상 쇄국의 울타리에 머물지 못하게 하고 있다. 소련 중국의 최근 대북관계는 이러한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소련은 이미 한국과의 수교를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북한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셰바르드나제 소외무장관의 방북에는 이러한 목적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과 소련의 관계는 지난해 11월 한소간 영사처 교환개설을 합의하던 즈음부터 불편해지기 시작,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 한소정상회담을 계기로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셰바르드나제의 북한방문에선 북한­소간의 껄끄러운 관계가 완전히 표면화됐다. 셰바르드나제와 김일성 김정일과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양측 외무장관간의 회담에서는 한소 관계개선및 북한의 폐쇄정책과 관련해 언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셰바르드나제의 방북 직후인 지난 4일부터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 참석했던 북한기자들은 셰바르드나제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또한 소련측도 정부기관지인 이즈베스티야지를 통해 『셰바르드나제장관이 김 부자를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은 평양지도부의 방향을 잘 말해주고 있으며 이는 양국 관계에서 아주 예외적인 일』이라고 논평하는 등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즈베스티야지는 특히 소련 외무성 관리의 말을 인용,한소 수교에 있어 북한이 장애가 되지 않음을 명백히한 뒤 『북한이 한소 수교시 과거 동구국가들에 보인 것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면 이는 북한에게만 손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성 논평까지 했다.

○…소련의 경제정책 변화로 인해 북한이 받는 경제압력도 심각하다. 소련은 내년 1월부터 북한에 수출하던 원유 등의 대금을 현물이 아닌 경화(국제통화)로 지불토록 통고했다. 전체 수입물량의 56.6%를 소련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연 8억5천만달러 상당의 대소 무역적자 외에 경화결제라는 큰 부담을 추가로 안게 된 것이다.

이밖에 소련은 원유판매시 북한에 적용하던 우호가격(25% 할인)을 폐지하고 국제시세와 같은 가격을 요구함으로써 북한의 경제난을 더욱 가중시켰다. 북한은 최근 들어 심화된 이같은 경제난과 원유부족 때문에 전투기의 비행연습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한의 대외채무는 총 60억달러 규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소련의 대북 경제정책 변화는 북한에 외화확보의 동기를 유발함으로써 개방을 강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소련과는 달리 아직도 북한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이미 우리와 연 31억달러 상당의 교역을 하고 있으며 인적 왕래도 2만2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 교역액수는 북한­중국간 교역액 6억달러의 5배나 되는 수치이다.

중국은 특히 이번 북경아시안게임 준비과정에서 우리측 민간기업들의 광고를 대거 유치하고 장비지원을 받는 등 실질협력관계를 더욱 심화시켰다. 또한 게임기간 중 비공식적이지만 면책특권을 갖는 외교관을 파견,영사업무를 담당케 하기로 양국 정부간에 합의했으며 아시안게임 후에는 영사기능을 갖는 무역사무소를 교환설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처럼 한중간 실질관계가 가까워지자 지난 3월 중국에 대표단을 보내 아시안게임기간 중 한국대표단 규모를 줄이고 태극기를 게양치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견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당시 중국은 북한의 11개 요구사항 중 에술단 규모축소 한가지만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현재 공식적으로는 북한과 긴밀한 외교관계를 유지하는 반면 한국과는 어떠한 관계도 맺지 않고 있다.

중국은 그러나 정세변화에 맞추어 가까운 시일내에 공식적인 한중 관계를 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특히 남북 관계 또는 북한­일관계의 개선추이를 주목하며 이에 보조를 맞추려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북한은 일본측의 접근노력과 북한내부의 경제적 필요성에도 불구,일본과의 공식적 관계개선을 주저하는 것이다.

과거 중ㆍ소의 소원한 관계를 이용,등거리외교로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았던 북한은 지난해 5월 고르바초프의 방중 이후 양국 관계가 정상화됨에 따라 외교적 지렛대를 상실하게 됐다.

중국은 혁명1세대간의 「형제애」를 제외하고는 더이상 북한의 입장을 무조건 지지할 만한 동기를 갖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김일성의 이번 방중시 강택민과의 회담장소를 심양으로 결정한 것은 바로 이같은 혈맹관계의 퇴색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1∼2년내에 한중간에 공식관계가 시작되고 한국의 유엔가입이 확실시될 경우 북한은 어쩔 수 없이 「2개 조선 반대」 「남조선 해방」 등 기존논리를 포기하게 될 것으로 외교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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