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ㆍ제자ㆍ주민 한마음 뒷바라지/학생들도 호응 구호품모아 전달수재민들 때문에 2부제단축수업을 하게 됐지만 어린이들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지난11일 서울 강동구 성내1ㆍ2동의 수재민 1백가구 7백30명이 대피해온 성내국교(교장 손영시ㆍ64)는 교사 어린이들은 물론 학부모 인근 주민들까지 모두 나서 불행한 이웃을 돕는 「사랑의 교육장」이 됐다.
교사 76명은 수재민들이 물려오자 학생들을 서둘러 귀가시킨뒤 교실 25개를 임시대피소로 제공하고 남자 교사 20명으로 비상대책반을 편성,10명씩 교대로 철야근무를 하며 수재민들을 돌봤다.
교사들은 이 학교전체 69학급 3천8백61명중 16%인 6백33명이 수재민이 되어 학교에 오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제자들을 데리고 나가 밥과 빵을 사먹이고 14일 점심때는 호주머니를 털어 김밥도시락 4백개를 수재민들에게 나눠주었다.
교사들은 또 수재민들이 악취에 괴로움을 당하자 인근 군부대의 급수차를 지원받아 매일 화장실 등 교실안팎을 대청소 했다.
교사들이 이처럼 산교육을 실시하자 전교어린이회(회장 박두산ㆍ12)도 선생님들과 함께 14∼15일 이틀동안 옷가지 7천6백점을 모아 전달했고 내주부터는 학용품과 책가방을 마련해 주기로 했다. 또 교내 곳곳에 모금함을 설치,성금도 걷고 있다.
학부모들도 적극 호응했다. 성내2동 현대아파트의 학부모 30여명은 15일 아침 따뜻한 밥과 국,반찬 등을 준비해 찾아왔고 어머니회(회장 박성일)에서는 3백명분의 떡을 제공했다. 자신도 수해를 당한 이 학교 6학년6반 남광현군(12)의 어머니 성성옥씨(38)는 도시락 3백개를 준비해 왔다.
인근 천호3동 천주교회(주임신부 오태순ㆍ50) 신자들도 13일밤부터 운동장에 천막 3개를 치고 돗자리를 깐뒤 대형 가마솥 2개를 걸고 매끼 1천명분의 밥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4가마의 쌀이 소비됐다.
매일 50여명의 성당수녀ㆍ신자들이 교대로 식사준비와 배식,설거지를 하고 있으며 성내국교 녹색어머니회 회원 20여명과 새마을주임 어혜자교사(47ㆍ여) 등 여교사 20명도 배식 및 뒷정리를 돕고 있다.
물이 빠져 수재민들이 귀가함에 따라 학교측은 14일부터 수업을 재개했으나 아직 12개교실에 수재민이 수용돼 있어 전학년이 2교시씩 2부제로 상오수업만 하고 있다.
지하셋방이 물에 잠겨 부모와 함께 학교로 대피한 4학년11반 강명경양(10)은 『선생님들과 급우들이 보살펴줘 힘이 솟는다』며 밝게 웃었다.<고재학기자>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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