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 우려 강경 미ㆍ영은 제외/“위협 강도높이면 돌파구”기대/외교전 완패로 초조… 「쿠웨이트 불포기」과시 필요이라크가 13ㆍ14일 쿠웨이트 주재 일부 서방대사관저에 「난입」하고 뒤이어 페르시아만 해상에서 미국과 호주함정이 이라크 선박에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한동안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페만에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쿠웨이트에 진주중인 이라크군은 13일 네덜란드 대사관저에 들어간데 이어 14일 상오에는 프랑스 대사관저에 난입,무관 1명을 포함한 프랑스인 4명을 연행했다가 이중 무관만을 석방하는 조치를 취했다.
또 캐나다와 벨기에 대사관저도 유사한 조치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같은날 오만근해에서는 이라크의 유조선 알 파오호가 정선명령에 불응하고 항해하다 미 프리깃함으로부터 2차례의 기관포 공격을 받고 강제 검색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련의 이라크의 도발행위가 곧바로 전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사태의 양상으로 보아 이라크는 단지 쿠웨이트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과시했을 뿐이며 또한 대 이라크 연합전선의 강도를 시험해 보려 했을 뿐이라는 해석이 더 타당할 것 같다.
우선 이라크가 침입대상으로 삼은 곳이 주로 대사관 건물이 아닌 대사관저이며 또한 대상국가도 대 이라크 강경노선을 취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 등이 아니라 이들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프랑스 등이었다는 점에서도 이라크의 「신중함」을 엿볼 수 있다. 정선명령을 거부한 알파오호도 검색결과 원유등 금수품목을 일체 싣고 있지 않아 원래 목적지인 바스라항으로 계속 항해가 허용되었다. 더구나 이라크 정부는 공식적으로 대사관저 침입사실마저 부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직접 피해당사국인 프랑스등으로 부터 「잔인 무도한 짓」「국제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란 강력한 비난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번 대사관저 난입사태가 서방에 의한 대 이라크 군사적 응징으로 확대될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다만 이번 사태는 외교ㆍ군사ㆍ경제적 고립이 가속화되고 있는 이라크가 쿠웨이트 지배를 서둘러 기정 사실화하려는 초조감의 표현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9월에 접어들면서 직접적인 군사충돌 가능성이 점차 옅어지면서 미국과 이라크는 동맹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필사적인 외교노력을 경주해 왔다. 그런데 미국과 이라크의 이 치열한 외교전은 이라크의 완패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지난 9일 미소 정상회담에서 페만사태에 있어 소련의 협력을 재확인 받았고 13일에는 전통적 반미국가인 시리아로부터 대 이라크 봉쇄에 군사적 공동보조를 취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또한 이에 앞서 베이커는 아랍국가들을 순방,사우디ㆍ아랍에미리트 그리고 쿠웨이트 망명정부로부터 총 1백20억달러의 군사비를 조달하겠다는 확약을 얻어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페만사태 지원을 위해 총 40억달러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한시름을 덜게 하는 사태발전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이라크는 왕년의 숙적 이란과 11일 국교를 재개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식량ㆍ의약품지원을 보장받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대미 성전 촉구발언은 아직까지는 말뿐으로 실질적 지원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란정부는 이란이 이라크에 대해 식량ㆍ의약품 지원을 할 것이라는 일부 서방보도를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유엔결의를 준수할 방침임을 거듭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이라크는 또한 이란과의 국교 회복 대가로 너무나 많은 것을 지불했다.
샤트 알 아랍수로의 공유를 인정함으로써 쿠웨이트가 원상회복될 경우,독점적인 해상출구가 사라져버리는 셈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라크는 쿠웨이트 불포기의사를 새삼 천명할 필요성을 다시한번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라크는 지난달 24일을 기해 쿠웨이트 주재 외국대사관의 외교적 특권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단전ㆍ단수조치와 함께 주요국 공관 건물에 군대를 보내 포위하기까지 했다.
이라크의 일방적인 면책특권 박탈조치는 쿠웨이트에 대사관을 설치한 60개국으로부터 즉각 거부됐지만 그후 시간이 지나면서 40개국이 철수하는 효과를 거둔게 사실이다.
철수한 국가중에는 다국적군을 파견한 방글라데시와 총 40억달러를 미국 등에 지원키로한 일본도 포함돼 있다. 물론 이들 철수국가들은 쿠웨이트 주재 대사관을 잠정 폐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라크의 조치를 「추인」하는 꼴이 된 측면도 있다.
9월 들어 외교적 실패를 거듭 기록한 이라크로서는 사태가 더욱 악화되기전에 쿠웨이트로부터 외국대사관을 모두 철수시키는 것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여겼을 수가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이라크의 도발에 발끈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대 이라크제재에 가장 미온적이었다.
프랑스는 미국의 군비부담 요구를 거부했으며 식량ㆍ의약품을 금수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취한 것도 프랑스였다.
그렇다면 이번 이라크의 다분히 계획적인 도발에는 서방의 대 이라크 연합전선을 한번 흔들어보려는 의도도 담겨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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