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수서동 수서교회부근 도로변에는 수해를 입은 무허가 비닐하우스촌 주민 1백68가구 4백여명이 텐트 20여개를 치고 「피난살이」를 하고 있다. 주민들은 당초 구청이 임시대피소로 정해준 수서교회에 수용돼 있다가 교회가 비좁은 데다 예배를 볼 때면 비워줘야 하는 불편 때문에 12일 상오부터 도로변으로 나와 텐트생활을 하고 있다.비닐하우스촌에 있었을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이들은 당국이 자신들을 차별대우한다고 말한다.
쌀과 부식이 떨어져 구청이 나눠준 라면을 불결한 지하수로 끊여먹고 모포등 침구류가 부족해 노약자와 어린이 감기환자가 속출하고 있으나 비상약품이라곤 보건소가 지급해준 소독약 2병이 전부라는 것이다.
『지역 국회의원에게 호소해 두통약ㆍ소화제ㆍ진통제 등을 지원받았습니다』
『생필품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지하수를 소독해주든지 급수차라도 보내줘야 식수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구청측은 『수재민이 많은 지역을 우선 지원하고 있고 진료반도 순회진료를 하다보니 늦어지는 경우가 생긴다』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서로 먼저 지원해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고 야속하다는 표정이었다.
강남구 일원동 무허가 비닐하우스촌 주민이 수용된 중동고 강당도 사정은 비슷하다. 주민들은 8백여가구 1천여명이상이 수용돼 있는데도 구청측이 수용인원을 적게 책정,구호품을 지급한다고 말하고 있다.
구청측은 무허가촌 주민들이 나중에 아파트 입주권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수용인원을 과장하고 있다고 못마땅해 한다.
구청관계자는 대피소에 수용된 수재민들이 공동이용해야 할 구호품을 밖으로 빼돌리는등 자기 앞가림에만 급급한 이기주의를 지적하면서 『밤새워 고생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회의를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기까지 했다.
서로 힘을 합쳐 복구에 나서도 벅찰 엄청난 수마의 상처앞에서 벌어지는 실랑이가 이웃을 돕는 온정과 봉사의 손길을 지치게 하거나 위축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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