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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연명할 일이 걱정”/고양ㆍ서울 수재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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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연명할 일이 걱정”/고양ㆍ서울 수재민들

입력
1990.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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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빠져도 허탈하기만/수십년산 집ㆍ가축 흔적도 없어/교실 찬바닥서 컵라면ㆍ빵으로 끼니/피부병ㆍ감기환자 많아 더 고통【고양=하종오기자】 난데없는 물난리로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되어 대피소에서 밤을 지샌 경기 고양군수재민들은 지난밤의 추위와 허기보다는 이제껏 정을 붙이고 살아온 땅과 집,목숨처럼 아끼던 젖소 등 가축을 모두 잃어버렸다는 허탈감에 망연자실해 있다.

서울에서 밀려내려와 이곳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의 아픔은 각종 단체에서 보내오는 라면상자와 담요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같았다.

지도읍 토당4리 660에 세들어 살던 고교호씨(45ㆍ노동)는 12일 새벽4시께 사이렌소리를 듣고 담요한장만 든채 가족 3명과 집을 나와 대피했다. 고씨는 『서울로 나가던 공사판일도 못나가게 됐다』며 『이제 하루하루 연명할 일이 걱정』이라고 한숨을 쏟았다.

신촌지역에서 파출부로 일하며 살림을 도왔다는 고씨의 부인 심옥남씨(38)는 『주인집도 물에 잠겨 걱정이지만 셋방마저 없어진 우리는 어떻게 하느냐』며 울먹였다.

능곡종고의 수재민 1천4백85명중 대부분은 침수된 집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식사때면 다시 되돌아와 컵라면과 도시락 등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대피소의 3층교사 20개교실바닥은 마대조각과 박스조각들이 어지러이 널려있고 책ㆍ걸상을 붙여 침상으로 사용했다.

12일저녁을 라면으로 때운 주민들은 13일새벽부터 경기도 여성단체협의회ㆍ경제기획원 직원부인 친목회 등에서 구호품을 가져오고 상오11시40분께는 김수환추기경이 다녀가는 등 각계인사의 발길이 이어졌다.

10명의 의사와 간호사로 팀을 구성해 긴급의료지원을 나온 국립의료원측은 『자극성ㆍ수인성 피부병환자가 많아 치료일손이 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장티푸스ㆍ콜레라 예방접종이 실시됐지만 수용인원의 대다수가 갑작스런 재난의 충격과 철야로 인한 신경성 두통증세를 호소하고 있고 임시진료소를 찾는 어린이들의 절반정도가 감기와 고열증세를 보이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국교에 수용중인 수재민들은 12일밤부터 물이 차츰 빠져나가자 촛불을 들거나 손전등으로 집안을 밝히며 집안정돈을 벌인데 이어 13일에도 마루ㆍ방 등에 쌓인 오물과 진흙 등을 치우느라 비지땀을 쏟았다.

주택가 골목마다에는 부서진 가재도구 등이 폐허처럼 널려있다.

주민들은 단수로 지하실 등에 차있는 빗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주민중에는 붉은반점이 생겨 가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노약자 어린이들은 감기 설사로 고생하나 의약품지원이 거의 안되고 있다.

방배본동 1638 배원한씨(50ㆍ상업)는 『집안식구 10명에 피부병증세가 나타나 13일아침 병원에 다녀왔다』면서 보건당국의 대책을 요구했다.

강동ㆍ강남ㆍ송파지역 30여개 임시대피소에 수용중인 수재민들은 대부분 라면과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고 침구와 식수 등이 부족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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