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고지대외엔 아직 물천지/비닐하우스 찢긴 채 쇠파이프만 앙상/화장실 분뇨로 악취… 흙탕물로 밥지어/주민들 “어디서 손대야 할지” 망연자실일산ㆍ능곡일대에 범람한 흙탕물이 13일 새벽부터 빠지기 시작하면서 수해현장의 참상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침수된 지역의 물이 모두 빠지려면 며칠 더 있어야 되지만 다시 드러난 마을의 모습은 이번 수해가 얼마나 엄청난 것이었는가를 실감케 하고 있다.
폐허가 되다시피한 마을,흙에 뒤덮여 벼가 모두 쓰러진 들판,흔적도 없이 쓸려가버린 밭작물등은 어디서부터 복구해야 할지 모르게 만들고 있다.
침수지역중 가장 먼저 물이 빠져 비참한 모습을 드러낸 곳은 고양군 지도읍 강매1리.
화전능곡간 도로에서 1.5㎞ 떨어진 이 마을은 밤새 물이 줄어드기 시작,상오 7시께는 처마까지 차올랐던 물이 완전히 빠져나갔다.
이틀 만에 모습을 드러낸 마을 진입로에는 아직 허벅지까지 물이 차오르고 일부 구간은 도로가 유실됐다.
도로옆의 논밭에는 누런 흙탕물이 거세게 흘러내리고 있고 비닐하우스들은 쇠파이프만 앙상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집 98채 1백40세대 6백87명이 살고있는 이 마을중 침수된 가옥은 20여채,집전체가 잠긴 곳은 4채 13세대였다. 마을아래쪽의 침수된 집에는 이른 아침부터 대피했던 주민들이 내려와 물에 젖은 세간을 꺼내 말리느라 애쓰고 있었다.
침수된 집들은 밤마다 진흙이 두텁게 깔려 있었으며 헛간에 쌓아둔 연탄이 물에 젖어 풀어져 집이 온통 시커먼 물로 뒤범벅돼 있었다.
꺼내놓은 장롱은 엿가락처럼 휘었고 책은 퉁퉁 불어 있었다. 구들 한가운데가 푹꺼진 채였으며 벽지에는 물이 차올랐던 흔적으로 금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재래식 화장실의 분뇨가 물에 휩쓸려 나와 악취가 진동했다.
일단 세간을 꺼내놓긴 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할지 모르는 주민들은 넋을 잃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씻을 물이 없어 논에 차있는 흙탕물을 길어다 그릇을 씻어 겨우 끼니를 때웠고 멀리 나가 빵조각으로 점심을 때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목장을 하는 선효균씨(46) 집은 빗물에 한쪽 지붕이 내려앉아 가족들이 야산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다.
선씨는 『소 22마리와 이불만을 황급히 마을뒤 야산으로 옮겨 놓았다』며 『논 2천평이 물에 잠겼고 그동안 짜둔 우유 6백㎏을 쏟아부은 것은 둘째치고 집마저 무너져 앞날이 막막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마을앞의 수만평 논에는 아직도 물이 빠지지 않고 있으며 간간이 벼포기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마을에서 3㎞정도 떨어져 있는 행신리 일대등의 농경지 7백72㏊와 가옥 4백여동이 밤이 되면서 물이 빠졌으나 다른 곳은 여전히 물천지였다.
인근 침수지역은 물이 빠졌다지만 아직 처마까지 고여 주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직도 침수된 마을주민들은 일단 물이 빠지기 시작하자 안도하면서도 복구된 철로로 나와 자신의 집들을 바라보며 발을 구르고 있다.<고양=이충재기자>고양=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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