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국가주석 김일성이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한 데 대해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의 이번 나들이는 동구의 대변혁과 냉전체제의 종식과 관련하여,멀지않아 한반도에도 질서재편이 예견되는 시점이어서 깊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김의 갑작스런 방중목적에 관해서는 몇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첫째는 중국과의 전통적인 유대를 재확인하는 일이다.
쿠바 알바니아를 제외한 모든 사회주의국가들이 개방과 개혁을 단행한 데다가 대부분이 한국과 국교를 맺었고 이제 소련까지 한국과 수교하는 것이 임박하자 북한으로서는 고립감과 위기의식을 갖게 된 게 분명하다. 특히 지난 6월 한소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2일 평양을 방문한 셰바르드나제 소련외상의 한국과의 관계정상화 설명은 엄청난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의 유엔가입에 대한 제동요청이다. 북한은 남북한 단일의석에 의한 가입만이 통일을 촉진하는 지름길이라고 강변해오고 있으나 국제적인 분위기는 한국만의 단독가입에 소련등도 찬성하는 형편에 이르렀기 때문에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이 비토권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한국과의 수교는 물론 더이상 접근을 중단할 것도 요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끝으로 경제원조를 생각할 수 있다. 오늘날 북한의 경제는 완전히 파탄된 데다 35억∼40억달러의 외채를 갚지 못해 어느 곳에도 손을 벌릴 수가 없는 최악의 형편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대북한 석유공급의 절대적 비중을 갖고 있는 소련이 특혜정책을 지양,내년부터 국제가격에 그것도 달러 등 경화지불을 요구하고 있어 북한으로서는 마지막 후원국인 중국에 긴급요청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러한 북한측의 긴급지원요청에 대해 중국이 어떠한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서는 몇가지로 상정해볼 수 있다. 한마디로 중국에 있어 북한은 지극히 부담스러운 이웃이라는 점이다. 파탄된 북한경제의 회복을 위해 도울 만큼 형편이 넉넉치 않은 데다가 이번 아시안게임 준비에 어느 나라보다 적극적으로 상당한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은 한국과 대회후 무역사무소 개설등을 통해 한층 촉진될 경제협력에 결코 등을 돌리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중국은 북한을 상대로 정치적으로는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제스처를 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남한과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2중정책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얼마전 중국의 수뇌들이 중국의 통일방안으로 지금까지의 1국1체제안에서 1국2체제안을 강조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 그들은 이를 다른 분단국에 강요할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이같은 정책수정은 곧 종래 북한의 고려연방제만이 한반도통일의 최상책이라며 지지했던 것을 수정 또는 철회하는 신호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모택동이래 등소평에 이르기까지 김일성은 북경에 가 때로는 군원을,때로는 경원을 따오는 데 성공했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동서화해시대에 중국 자신이 개방화의 대원칙을 버리지 않은 상태에서 김일성은 더이상 얻을 것이 없는 입장이 돼 가고 있다.
따라서 김일성은 이번 중국방문을 계기로 국제사회,특히 남한에 대해 문을 열고 과감하게 교류를 단행하는 결단을 보여야 한다. 지난번 노태우대통령이 연형묵총리를 통해 전한 구두메시지,즉 남한의 북방정책은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것이 아니며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한 보완적 협력으로 나가는 것만이 공존공영의 지름길이라고 한 얘기를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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