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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겉치레 행사/이유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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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겉치레 행사/이유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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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수마가 할퀴고 간 엄청난 상처를 앞에 두고 온 나라가 허둥대는 요즈음 언론사의 전화도 어느때보다 바쁘다. 그런데 이재민 또는 일반시민들이 걸어온 전화내용의 대부분은 긴급구호품을 요청하거나 의연금을 전달하겠다는 사연들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대뜸 『정치인들이 신문에서 안보이게 해달라』고 하는가 하면 『자기네들 일인 정치복구도 못하는 사람들이 수해복구를 격려한다고 나서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질타도 떨어진다.물론 이들도 정치권의 현장관심을 전면 부정하지는 않았다. 요컨대 정치권이 발걸음을 할 때마다 이들을 「대접」하느라 화급한 복구작업이 계속 지연돼 짜증스러운데다 작금의 「못난」 정치모양새까지 겹쳐지면 이번 천재도 「인재」같아 더욱 부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얘기다. 때문에 때로 분기까지 띠고 있는 목소리는 『도와주진 못할망정 방해는 말아달라고 사정좀 하자』는 푸념도 했고 『참담한 조건속에서 악전고투하는 이재민들에게 정작 필요한 게 뭔지 아느냐』는 흥분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반발을 낳게한 정치인들의 수재현장 「행차」는 지난 12일 김영삼 민자당대표의 고양방문을 시작으로 여야가 가릴 것 없이 「경쟁적」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날 이기택 민주총재가 김대표 뒤를 이어 고양을 찾았는가 하면 민자당의 김종필최고위원은 구로ㆍ광명을 돌아봤다. 13일엔 김대표가 인천의 매몰지역으로 재차 달려갔으며 박태준최고위원은 서울 풍납ㆍ성내 일대를 방문했고 김대중 평민총재는 12일 재해대책본부를 둘러본 데 이어 13일 고양을 살펴봤다.

이들이 머무는 시간은 대략 1시간. 군수등 현장책임자로부터 반복되는 재해상황및 복구계획을 브리핑받고 격려금을 전달한 뒤 수행원등 수십명을 이끌고 몇곳을 시찰하는 시간이다. 김대표의 경우 주변의 「충정」을 업고 고양에서 복구에 여념이 없는 군헬기에 탑승,공중확인하는 드문 예도 남겼다. 그러나 높으신 분들의 행차전후에 필요한 치다꺼리 시간이 행차시간보다 적지않은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결국 1차례 행사때마다 2∼3시간씩 현장일손은 중단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치권이 이시간동안 남긴 것은 무엇일까. 전화속의 격한 음성을 들으면서 정치인들의 겉치레와 단견을 생각케 되고 들녘을 훑고 지나간 「홍수」가 이제 정치권에 밀려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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