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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바다ㆍ들판도 바다 온 시야가 흙탕물 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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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바다ㆍ들판도 바다 온 시야가 흙탕물 천지

입력
1990.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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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에서 내려다본 고양군일대 수해현장/고개 내민 「고도」 언덕ㆍ제방엔 젖소떼 우왕좌왕/전신주ㆍ지붕만 점점이… 수마증언/지도읍 토당리는 일부 고지대만 「섬」으로/주민들 물보며 발 동동… 군인들도 복구나서어디가 물이고 어디가 들인가. 하늘에서 내려다본 수해 현장은 온통 물 천지였다.

65년 만에 한강제방이 터진 12일 상오 치안본부 항공대소속 헬기에서 본 경기 고양군 일산읍 지도읍 송포면 등 행주대교 하류일대는 흙탕의 바다일 뿐이었다.

행주대교 북단 1㎞지점의 제방에 너비 2백50m쯤 터진 곳으로는 흙탕물이 거세게 흘러 들어가고 있었고 물살에 못이긴 제방은 점점 살이 깎여가고 있었다.

지난해 영산강제방이 무너졌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밀려들어간 물은 계속 침수되지 않은 마을을 야금야금 삼켜가면서 간간이 위세를 과시하듯 소용돌이를 쳤다.

침수지역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넓었다. 행주대교에서 북으로 10㎞정도인 파주군 초입까지 누런 흙탕물이 휩쓸고 있었다.

보이는 것이라곤 군데군데 점처럼 머리를 내민 기와지붕과 지그재그식으로 널린 전신주의 꼭대기부분뿐이었다.

대부분의 마을은 물속에 깊이 잠긴 상태였으며 머리만 남은 집들도 지붕에 진흙이 쌓여 황토뻘에 묻혀 있는 것 같았다.

제방에서 1㎞가량 떨어진 지도읍 토당 4리는 고지대만 남겨두고 물에 잠겨 아예 섬이 돼버렸다.

기독교방송 일산 송신소도 송신탑만 하늘을 향해 솟아있었고 부근 공사장 길이 70m의 모래톱위에는 포클레인 1대가 달랑 남아 수해의 엄청남을 증언하는 듯했다.

길게 뻗은 제방위에서는 강물이 밀려들어오자 놀라 뛰쳐나온 젖소 1백여마리가 우왕좌왕하고 있었으며 침수지역의 비교적 지대가 높은 조그만 다리위에서도 젖소 10여마리가 발목까지 물에 잠긴 채 구슬프게 울고 있었다.

아직 침수되지 않은 고지대마을도 계속 강물이 밀려오자 주민들이 대피해버려 집만 있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었다.

또 경의선 철길에는 주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몰려나와 시시각각 불어나는 물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제방을 터뜨린 여세를 몰아 흙탕물은 파주지역으로 거침없이 밀려갔고 시커먼 기름덩이까지 둥둥 떠다녔다.

물살에 못이긴 전신주는 차례로 넘어졌으며 잠시전에 머리만 보이던 집들도 점차 흔적을 감춰갔다.

그러나 인근 부대에서 동원된 군인들이 덤프트럭과 포클레인을 동원,원당에서 흙을 실어와 침수예상지역에 계속 제방을 쌓고있어 한강수위가 줄어든다면 피해지역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인간은 대자연의 엄청난 위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을 극복하려 노력하는 모습은 눈물겨웠다.

누런 탁류속에서 간간이 파란 빛으로 남아 생명의 질김과 존귀함을 결사적으로 주장하는 나무들의 모습은 침수의 피해가 아무리 크더라도 꺾이지 말 것을 주문하는 것 같았다.<치안본부 항공대 헬기에서 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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