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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의 경쟁력 약화/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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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의 경쟁력 약화/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입력
1990.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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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서 독과점조장 투자외면 초래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떤 알지 못하는 현상에 대하여 X(엑스)라는 영어기호를 쓰고 있다. 그 좋은 예로 의학계에서 사용하는 X선 촬영을 들 수 있다. X선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빛으로서 이것이 우리 몸을 통과하여 필름에 촬영되는 것을 보고 뢴트겐이 명명한 것을 아직까지 그대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도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리벤스타인에 의해서 명명된 X비능률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어느 기업이 시장에서 독과점의 상태를 유지하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비능률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독과점 상태의 기업은 경쟁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경영을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비능률이 조직에 스며들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독과점의 상태가 아닌 경쟁이 극심한 상황하에서는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다하게 되고,이때에는 반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X능률이 생성한다고 한다. 우리 주위에서도 경쟁이 심한 업종에서 어느 한 기업이 특출하게 잘하고 있는 경우 그 기업에 대하여 반드시 무슨 성공의 비결을 추출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 기업이 아주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X능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X비능률의 개념을 최근 우리 주위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는 국제경쟁력과 연결하여 생각해 보자. 얼마전 상공부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 기업의 기술수준과 생산성이 선진국에 비하여 현저히 낮으며,이것이 수출부진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해서 기업의 기술투자를 촉진하여 기술혁신을 꾀하고 생산자동화 등을 통하여 원가절감을 기하도록 유도하겠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우리기업이 지난 몇년동안 호황을 누리면서도 기술이나 생산성향상을 위한 투자를 등한시하고,부동산이나 재테크 등에 치우침으로써 이런 결과를 자초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인 논리이고 경쟁력 악화의 근본원인은 우선 기업들이 이렇게 해도 될 수 있었던 기업환경에서 찾아야 한다. 즉 우리기업의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낙후되어 있고,생산성이 뒤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우리 기업의 내부에 눈에 보이지 않는 X비능률이 작용한 결과라 하겠다.

한 예로 중소기업을 위주로 발전한 대만과 비교해 볼 때 우리 경제는 대기업을 주축으로 하여 성장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여 경제성장을 추진한 우리의 경우 자연히 각 산업분야별로 시장에서 독과점을 형성하게 되었고,더욱이 정부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각종 인허가제도를 실시하여 진입장벽을 구축하여 줌으로써 오히려 독과점을 조장해 왔다. 아직도 정부에서는 산업별로 과당경쟁에 의한 기업도산이나 과잉투자를 걱정하여 기업의 진출을 막음으로써 기존의 독과점체제를 유지해 주고 있다. 이에 대하여 혹자는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명분으로 합리성을 내세우기까지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업이 일단 독과점의 상태에 있게 되면 경쟁에 대한 두려움이 감소하게 된다. 또한 이런 상황하에서는 성공의 보장이 없는 기술개발을 위하여 막대한 투자를 한다는 것은 공연히 위험만 부담하는 것이지만 독과점의 상태만 유지되면 잘하든 못하든 현상유지가 가능하고,시간이 흐르면 성장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남이 비슷한 원가로 생산활동을 하고 있으면 우리도 그 수준에서 쉽게 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기술이나 생산성 향상을 위해 투자되어야 할 돈으로 부동산도 사고 재테크도 하는 것이 기업을 위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주위의 경쟁이 극심하고 기술개발이나 원가가 생존과 성장에 결정적 변수로 등장했다면 기업이 부동산이나 재테크에 한눈을 팔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켜 온 X비능률의 원인이 된 것이다.

이제 우리 경제의 발전단계로 보아 무엇이 합리적 투자인가 판단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커지고 구조도 복잡해졌다. 즉 정부가 인허가제도를 통하여 기업이 투자여부를 판결하는 판사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고 하겠다.

따라서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한다고 하면서 정부가 독과점의 유지나 인허가제도에 의한 진입장벽을 쌓아주는 것은 결국 우리 기업의 X비능률을 조장함으로써 경쟁력을 잃게 하는 길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할 때,정부에서는 이제까지와 같은 특별대책도 중요하겠지만 앞으로는 기업활동을 촉진하는 여건을 조성하여 줌으로써 각부문별로 기업이 경쟁을 통하여 스스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기업으로 하여금 X비능률을 제거하고 X능률을 제고하며 장기적으로 강인한 기업체질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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