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때 축조… 「땜질 손질」에 그쳐/건설부 직할로 도나 군에선 보수 손안써/사고 하루전 주민들 대책요구 불구 방심홍수때마다 아슬아슬하게 범람위기를 모면했던 한강제방이 결국 이번 폭우에 뚫리고 말았다.
이같이 강물이 한강제방을 넘쳐 휩쓴 일은 지난 1925년 「을축년 대홍수」이래 처음이다.
제방은 수방의 핵심으로 제방에 물이 넘치거나 무너진다는 것은 엄청난 수량유입에 따라 속수무책으로 광범위한 지역이 수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사태를 의미한다.
이번 한강범람사태는 물론 한강인도교 수위가 지난 25년 홍수당시의 12.26m까지 오른 이후 가장 많이 내린 비로 65년만에 최고인 11.27m까지 치솟은 천재로 치부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발생원인을 따져보면 한강홍수조절 실패,제방관리 소홀 및 부실공사,긴급보수 소홀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일어난 인재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제방이 무너진 경기 고양군 지도읍 신평리 행주대교 아래쪽 1㎞ 지점은 1925년 대홍수때도 범람했던 곳으로 홍수때마다 유실범람 가능성이 높아 대책마련이 요구되어왔었다.
지난 84년 9월 홍수때도 틈이 생겨 강물이 스며드는등 유실위기를 맞았으나 군부대 헬기와 트럭을 동원,자갈과 돌 2백50트럭분을 날라다 막는 응급조치를 취해 위기를 모면한 바도 있다.
이에따라 건설부는 다음해인 85년 이곳 제방에 대해 호안공사공법을 이용,홍수위부분까지 석축을 쌓고 그위에 폭 6m,높이 1.5m의 흙둑을 올리는 보수공사를 했다.
그러나 이 제방은 완만한 곡선을 이뤄 장마때면 이 흙벽이 조금씩 깎여나가 응집력이 약해져 주민들은 비만 오면 제방유실을 우려,살펴보던 곳이다.
이번 홍수에도 주민들이 사고가 나기 거의 24시간 전인 11일 상오께 유실우려가 있다고 경기도 재해대책본부에 응급보강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재확인 지시만 내렸을 뿐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
고양군은 이날 하오 3시께 강물이 위험수위에 육박하자 도재해대책본부에 범람우려가 있다고 공식보고,댐방류량을 조절해 수위를 줄여줄 것을 여러차례 요구했으나 하오 8시께부터 비가 그친 가운데 강물이 다소 줄어들기 시작하자 방심,결국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날밤 사고제방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제방이나 댐은 정상적인 공법에 의해 건설됐을 경우 수압에 의해 붕괴되는 경우가 드물며 대부분 조그만 틈이 생겨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두더지나 쥐구멍으로도 거대한 댐이 무너지는 경우가 외국에서 보고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이번에도 초기에 물이 새는 틈을 발견,신속한 보강공사를 했더라면 엄청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한 건설부가 지난 85년 공사때 제방이 완만한 곡선으로 돼 있어 흙이 깎여나가고 물이 쉽게 스며들 우려가 있는데도 석축이 아닌 흙둑을 쌓은 것도 이번 사고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이 제방은 건설부 직할하천의 둑이어서 주민들의 대책요구 진정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나 고양군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등의 문제 때문에 직접 보수에 나설 수 없었던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은 결국 한강물이 불어난 것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는데 이 가운데 소양 화천 충주댐 등 한강수계의 댐이 올해 많은 비가 온 데 이어 늦장마가 예상됐는데도 제한수위 또는 만수위까지 물을 가둬놓았다가 한꺼번에 방류,홍수조절기능을 상실한 것도 이번 수해의 인재적 요소임이 틀림없다.
결국 한강제방은 터져버렸고 이번의 행주대교 남쪽뿐 아니라 한강 곳곳의 제방이 언제 이같이 유실 범람할지 모를 위험을 안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번 홍수에 이미 영동대교 북단주변과 뚝도유수지 제방에도 물이 넘쳐 긴급보강공사 끝에 범람위기를 간신히 넘긴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한강제방은 1920년 홍수피해를 겪은 뒤 일제가 다음해인 7월 축조공사를 시작,높이 13.2m의 둑을 1924년 완공시킨 이후 계속 보강ㆍ정비돼 왔다.
현 서울지역 한강제방은 59.4㎞이고 지류제방까지 합하면 4백34.1㎞.
이 제방은 한강인도교 수위가 13.15m까지 올라가는 계획홍수위까지 버틸 수 있도록 돼있다고 서울시는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장마철 전 한강본류제방을 1백% 개수했고 지류제방은 1.76%인 8.5㎞를 보수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한강물이 제방을 범람하는 계획 홍수위는 13.15m로 정해져 있으나 이번 홍수에서 홍수위에 도달하기 전에 한강이 범람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한강고수부지 공원을 조성하면서 한강제방 곳곳에 지하출입문을 뚫은 뒤 수문등과 같은 수방시설을 갖추지 않아 이번 비에 마포구 망원동,송파구 잠실지구가 출입문 등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와 침수되는 사태를 빚은 것은 한강제방의 관리상태가 얼마나 허술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폭우로 한강제방이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한강제방의 기본설계 변경 등 보강과 관리체계의 정비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최해운기자>최해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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