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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에 문제 없었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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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에 문제 없었나(사설)

입력
1990.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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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위기관리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한나라의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에서부터 한가정의 건실한 삶을 꾸려가야 하는 가장에 이르기까지,예상치 않은 위기가 몰아닥칠 때에 대비하는 평소의 꾸준한 노력과 마음가짐이 과연 어느 수준에 달해있는가를 우리는 65년만의 대홍수를 겪으면서 새삼 뼈저리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재난과 불행은 예고없이 밀어닥치게 마련이다. 때문에 평소부터 대비가 잘돼있으면 불행을 피할 수도 있고 또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고난을 극복하는 것이 유비무환이라는 것은 오랜 옛날부터의 지혜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풍수해나 대형 화재사건을 당하기만 하면,위기관리 능력은 언제나 허점투성이였고 방심하다가 허를 찔리고도 늘 그 교훈을 잊어왔다.

아직은 정확한 집계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12일 하오까지 잠정집계된 이번 대홍수의 피해규모(사망ㆍ실종 124명ㆍ이재민 10만명)만 봐도 우리 정부당국의 위기관리능력이 후진국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한강이 범람위기에 처했다고 하니까 서울권내 한강변만을 지키는 데 온신경과 인력을 집중하고 있다가 하류인 고양군 지도읍 행주대교부근 한강제방이 터지는 것을 미리 막지 못한 것이라든가,한강수계댐들의 평소 저수량 조절이 관계기관들 사이에 손발이 맞지않은 탓에 겉돌다가 대홍수가 난 후에야 허겁지겁 방류를 해야만 했던 형편없는 관리능력,침수가 된 후에야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한치앞을 못내다보는 수방대책과 「행차뒤의 나팔」격으로 뒷북만 치는 중앙재해대책본부의 늑장조치등을 보면서 우리는 국가의 위기관리능력이 이래서야 되겠는가하는 탄식을 금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또 수해와는 거리가 먼 부자집동네와 고급아파트촌에서 쌀ㆍ빵ㆍ라면 등을 쓸어가는 사재기소동까지 벌어졌다니,위기상황만 닥치면 「남이야 죽든말든 나만은 살아야겠다」는 극단적인 집단이기주의 앞에서 그나마 위기관리의식이 설자리도 없다.

지금은 귀중한 가족들의 목숨을 앗긴 유족들을 비롯해 집과 재산ㆍ농경지를 잃은 수재민들을 위해 뜨거운 동포애를 발휘할 때다. 정부는 우선 수해복구작업에 한치의 차질이 없도록 해야하고 국민들은 이웃의 불행과 슬픔을 함께 나눈다는 마음가짐아래 작은 정성이라도 보태야 한다. 이 시급한 일부터 해놓고 정부는 정부대로,국민은 국민대로 재난앞에서 우왕좌왕했던 위기관리능력과 자세를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위기관리체제와 기구,그를 뒷받침할 예산과 인력배분은 어떠했으며,지금과 같이 분산돼있는 각종 재해관련기구를 일원화하는 문제 등을 조목조목 점검해서 능률적인 위기관리기구를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10년에 한번 활용하는」 한이 있더라도 위기관리기구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에게 응분의 지원과 처우를 해줘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1차적 임무는 국민들을 재난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위기관리능력 여부야말로 그 정부의 유ㆍ무능을 판가름하는 척도가 된다는 것을 새겨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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