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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비난속 “미 침공 없다”안도/헬싱키회담 바그다드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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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비난속 “미 침공 없다”안도/헬싱키회담 바그다드반응

입력
1990.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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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소 합의 무력사용”9일 위기설 해소/경제제재 강화ㆍ소 중재기대 무산 실망/봉쇄망 탈출 총력… 쿠웨이트철수 대비 팔인 이주 움직임도이라크는 10일 헬싱키 미 소 정상회담 결과에 깊은 실망을 표시하고 회담결과를 격렬히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관영 INA 통신이 보도한 이 성명은 부시 미 대통령의 폐막성명이 『아랍민족에 대한 사악한 의도와 악의를 드러낸 것』이라며 부시는 사악한 영혼에 사로잡혀 팔레스타인들의 비극을 망각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라크정부는 이번 헬싱키회담이 페르시아만 사태의 최대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하며 모든 신경을 집중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회담을 전후해 이라크의 고위정부 관리들은 수시로 모임을 갖고 회담내용과 그 전망을 분석하느라 분주했으며 이 때문에 이곳에서 취재중인 보도진들은 2∼3일동안 고위관리들을 만날 수 없었다.

당초 미 소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발표된 9일 하오 이후 라티프ㆍ자심 공보장관은 한국보도진을 포함한 각국 기자들과 차례로 회견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모든 회견이 헬싱키 정상회담에 대한 이라크 정부의 공식논평이 발표되는 10일 상오 이후로 연기됐을 정도다.

이라크 관영 언론들은 헬싱키회담 소식을 매시간 주요뉴스로 보도했었으나 막상 회담결과가 나온 뒤에는 비난성명을 보도한 INA통신외에는 회담내용을 보도치 않고 후세인대통령 관련기사만을 보도,회담결과에 대한 이라크정부의 실망을 엿보게 했다. 영자지 바그다드 업저버 10일자 조간은 헬싱키회담이 끝났다는 간략한 기사와 함께 강대국들은 다른 국가의 이해에 관심이 없다는 내용의 관영 INA통신 논평만을 실었다.

9일밤 이라크 TV는 후세인대통령이 이라크군중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각종행사 장면을 모아 장시간 방영하기도 했다.

이처럼 헬싱키회담에 대한 이라크의 반응은 회담자체를 무시하고 내부단합을 재삼 촉구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라크는 그동안 무력사용을 반대해온 소련이 미국의 행동을 계속 견제하거나 미국을 설득,숨막힐듯한 현재의 상황에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해주기를 내심 기대해 왔다. 때문에 소련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을 인정할 수 없다고 분명히 못을 박고 경제제재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인 것은 이라크에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라크가 이같은 헬싱키회담 결과를 사전에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것도 분명하다.

지난 5일 헬싱키회담에 앞서 이라크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타리크ㆍ아지즈 외무장관은 『소련과 이라크간에 현격한 의견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불만스러운 태도를 보였었다.

그러나 헬싱키회담 결과는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를 계속 강화키로 함으로써 일단 별다른 사태변화가 없는 한 미국이 군사행동을 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라크 정부를 안심시켜주는 측면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회담에 앞서 바그다드 외교가에는 「9일 위기」설이 공공연히 나돌기도 했다.

그것은 미국이 헬싱키회담을 통해 대 이라크 무력사용에 대한 소련측의 양해를 얻어 군사작전을 강행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바탕에 깔고 있었다.

이렇게 본다면 헬싱키회담은 이라크서도 결코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바그다드에서는 10일 상오 미대사관앞에서 반미시위가 벌어지고 언론의 반미캠페인이 더 한층 가열되고 있지만 소련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비난을 삼가는 분위기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헬싱키회담 이후 페만사태는 서방의 대 이라크 목조르기가 계속되는 장기전이 될 전망이며 이라크도 우선 서방의 경제봉쇄망을 허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이라크는 쿠웨이트 철수는 있을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있지만 이미 쿠웨이트 철수를 대비한 사전정비작업을 시작한 것 같은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같은 조짐중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대거 쿠웨이트로 유입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는 쿠웨이트에서 철수한 외국인들에 의해서도 확인되고 있는데 바그다드 외교가에서는 이라크가 자유총선을 조건으로 쿠웨이트에서 철수하고 대신 미리 유입시킨 다수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용,쿠웨이트에 친이라크 정부를 수립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의 이같은 조건부 철수설은 아직은 일부의 희망적 관측이나 분석에 그치고 있고 설령 공식제안으로 나타난다해도 미국의 대응이 문제다.

바그다드의 현재의 전반적 분위기로만 본다면 페만사태는 여전히 수렁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다.<바그다드=배정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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