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견 사회적 해악초래 현실… 형벌규제 불가피/소수의견 과도한 처벌… 기본권 최소침해원칙 위배/정부,폐지방침… 논쟁가열될 듯헌법재판소는 10일 위헌여부 및 존폐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돼온 간통죄(형법제 241조)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림으로써 일단 위헌여부에 대한 시비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동안 법조계는 물론 학계,여성계에서 중요한 논쟁대상의 하나로 끊임없이 공방이 계속돼온 간통죄논쟁은 우리나라의 최고헌법해석기관인 헌법재판소에서 6대3의 우세로 합헌결정을 내려 합헌론자들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간통죄에 대한 헌법 해석상 합헌이라는 것 일뿐 앞으로 정부나 국회에서 폐지하는 쪽으로 입법하는 것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따라서 지난 85년부터 형법개정 작업을 벌여온 법무부가 지난해 9월 형법개정특별심의위원회가 결정한대로 간통죄폐지 방침을 입법화하기까지는 앞으로도 존폐여부의 논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재판결과로 합헌론자의 입장이 강화됐기 때문에 앞으로의 간통죄폐지 논쟁에서는 지금까지 다소 열세였던 존속론자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이번 재판에서 또하나 주목되는 사항은 헌법재판소의 현재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보수ㆍ진보성향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이다.
이번의 간통죄위헌 논쟁은 전혀 정치적 요소가 포함되지 않고 사회적ㆍ도덕적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6대3으로 합헌쪽을 택함으로써 보수성향이 절대적으로 우세함을 보여줬다.
현행 헌법재판소 법에는 위헌결정을 내리는데 재판관 9명이 다수결로 정하는게 아니라 3분의 2인 6명 이상이 위헌의견을 내야 하기 때문에 보수성향의 재판관이 6명이라는 사실은 앞으로도 중요재판에서 진보성향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번 간통죄재판을 둘러싼 논점은 크게 보아 세가지로,첫째는 자기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인간에게 형벌로써 애정이 없는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제하는 것은 국가가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이라는 점. 또 현실적으로 간통죄가 위자료를 받아내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재력있는 사람은 처벌을 받지않는 불평등을 낳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여자가 이혼을 전제로 남자를 고소하는 것이 어려워 남녀차별을 가져오는 제도라는 점.
이에 대해 조규광 헌법재판소장등 합헌의견을 낸 6명은 『간통죄가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은 틀림없으나 국가적ㆍ사회적공동생활의 테두리안에서 다른 사람의 권리,공중도덕,사회윤리,공공복리를 위해 내재적 한계가 있으므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수의견은 이어 『간통행위는 국가사회의 기초인 가정의 화합을 파괴하고 배우자와 가족의 유기,혼외자녀문제,이혼등 여러가지 해악을 초래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선량한 성도덕,일부일처주의의 혼인제도 유지,가족생활의 보장,부부간의 성적성실의무의 수호와 간통으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적 해악의 예방을 위해 형벌로써 간통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합헌의견을 밝혔다.
다수의견은 또 위헌론자들의 기본권 제한 주장을 의식한 듯 『만약 간통죄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신체의 자유등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면 민법상 일부일처제의 혼인제도(중혼금지)나 부부간의 동거 및 상호부양 의무등 규정도 위헌이라는 말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밖에 간통죄가 성별이나 재력에 따라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주장에 대해 다수의견은 『간통죄가 기본적으로 남녀평등처벌주의를 취하고 있으므로 법앞에서는 평등하다』며 『다만 경제적 능력에 따라 법적용의 결과가 달라지고 경제적 약자인 여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측면도 있으나 이는 친고죄로 돼있는 모든 범죄에서 나타나는 문제이지 특별히 간통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시윤 한병채 김양균 재판관등 소수의견을 낸 3명은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에 법률적 제한을 할 것인가,아니면 도덕적 자제를 요구하는 윤리적 제한으로 그칠 것인가는 입법권자의 자유에 속하는 입법정책의 문제이지만 현행 간통죄는 필요한 정도를 넘어선 과도한 처벌로서 기본권 최소침해의 원칙에 어긋나고 공공의 이익과도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위헌의견을 냈다.
소수의견은 또 『간통죄는 연혁적으로 봉건적 남성우위의 지배사회에서 처를 부의 전유물로 묶어두기 위한 제도로 생긴 것』이라며 『비록 간통죄가 남녀쌍벌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여성에게 더 가혹하게 적용되는 파행성을 띠고 있어 여성의 행동과 자유를 크게 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다수 의견가운데서도 조규광 김문희재판관은 별도의 보충의견을 통해 『산업사회화의 진행에 따라 성개방적 사고방식과 사회적 환경에 따라 간통죄에 대한 규범력은 어느정도 약화됐음을 부인할 수 없으나 국민대다수의 법의식은 간통에 대한 형사처벌을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여길 정도로 변화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혀 앞으로의 사회여건변화에 따라서는 간통죄가 위헌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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