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1회 정기국회가 1백일간의 회기로 10일 문을 열었다. 지난 7월 임시국회가 파행으로 끝난버린 뒤 오랜만에 국회가 열린 것이다. 사실 그동안 있었던 숱한 문제들을 생각해보면 국회가 한번쯤 열려서 중동사태나 남북관계 증시파동 물가 민생문제들을 한번쯤 거르고 넘어갔어야 옳았다. 그러나 야당의원들이 사퇴서를 던져버려 절름발이가 되었기 때문에 국회가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이번에 열린 국회도 열고 싶어서 열린 것이 아니다. 정기국회 개회일자가 9월10일이라고 법에 못박혀 있기 때문에 형편이 안되어도 할수없이 열린 것이다.
여야가 합의해서 열린 것도 아니요,국민여론에 밀려서 열린 것도 아니며,정부여당이 필요로 해서 일방적으로 소집된 것도 아니다.
그저 법에 따라 열리기로 되어 있으니까 열린 것 뿐이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문은 열렸으나 여나마나한 상태이고 있으나마나한 국회의 모습이다. 의원만 있고 국회는 없는 기이한 꼴이다. 개학이 되어도 강의가 시작되지 못한 세종대와 비슷한 형편이다.
여야간의 갈등으로 기능이 상실된 국회는 학생과 재단간의 분규로 기능이 마비된 세종대사태나 마찬가지이다. 과연 앞으로 언제까지 표류할 것인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것도 비슷하다.
박준규국회의장도 이런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게 된 것이 미안한지 개회사에서 『한 모서리가 텅비어 있는 이 본회의장의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쳐지겠느냐』고 개탄했다.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가 처음부터 공전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당사자인 여야는 물론이고 일반국민들도 그렇게 예측하고 있었다.
이처럼 충분히 예상되는 사태였는데도 그 사태를 막아보려는 노력이 전혀없었다는 것이 바로 문제다. 여당측은 세월이 가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에서인지 그냥 속수무책으로 수수방관해왔다.
그동안 토라진 야당을 달래서 국회로 다시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정기국회개회 당일까지 와버린 것이다. 「야당과 대화를 해보았자 별수가 없다」는 결론을 일찌감치 내리고 접촉시도조차 해보지않고 이날까지 온것이다. 정말 무책임한 여당이 아닐 수 없다. 나이어린 학동들도 개학이 임박하면 서둘러서 방학숙제를 할줄 아는데 거대 여당이 국회개회를 준비하는 사전노력을 포기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여당만 참석한 가운데 단독으로 국회를 개회시킨 후에야 10일간의 휴회를 이용해 야당과 대화를 갖겠다는 여당의 성의없는 태도를 보고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앞으로 10일동안의 휴회기간에 타협이 안되면 또다시 10일간의 휴회를 가질 것인가.
그리고 그 10일간에도 일이 안되면 또다시 10일간의 여유를 가질 셈인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는 이런 부질없는 공전놀음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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