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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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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이름난 영국의 대영박물관이나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 그리고 미국의 스미소니언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전시품의 상당부분은 따지고 보면 세계 도처에서 약탈해온 유물들이다. 제국주의가 맹위를 떨치던 시절 그들은 세계 곳곳에서 닥치는 대로 문화재를 긁어모아 본국에 보냈던 것. 그래서 영국의 사학자 칼라일 같은 이는 『역사는 문명을 창조했지만 침략자는 문화재를 약탈했다』고 탄색했을 정도다. ◆어느 나라 못지않게 우리나라도 귀중한 문화재를 수도 없이 노략질당했다. 기구한 운명처럼 해외에 유출된 채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문화재는 약 10만점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 가운데 절반 가량인 5만점을 일본이 소장하고 있고,나머지를 20여개국에서 분산,간직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임진왜란때로부터 일제 36년에 이르기까지 한반도를 강점할 때마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현해탄 건너로 마구 가져갔다.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문화재 수집처로 오쿠라(소창)「컬렉션)과 아다카(안택)등 개인수장자를 꼽고 있는 이외에 동경대나 천리대등에도 우리 고유문화재를 많이 소장하고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보급의 불상만도 3백30점이고,고미술자료가 2백90여점에 이른다. 국보급 조선조백자는 우리보다 일본이 더 많이 갖고 있다. 대부분 도굴과 약탈에 의해서 일본으로 반출돼 갔기 때문에 소유주들이 공개를 꺼려하고 있어 얼마나 많은 우리 문화재가 일본에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부산지법은 일제가 수탈해간 고려청자등 보물급 우리 문화재 9점을 일본에서 강탈해온 피의자에게 실형선고와 함께 일본소유주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아무리 약탈해간 문화재일망정 훔친 행위를 정당화해줄 수는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인 듯하다. 그러나 소유주인 히가사(일립건일)씨가 『도난품을 모두 한국에 기증하겠다』고 밝혔는데도 반환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많다. 그것은 역사의 판단에서 나오는 반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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