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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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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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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총리회담을 계기로 겨레의 통일열망이 또한번 걷잡을 수 없이 솟구치는 것만 같다. 분단 45년 만의 총리대좌 성사에 겹쳐 우리 대통령의 중대메시지 전달과 김일성의 중대지시 보도마저 나와 이산가족들의 가슴을 더욱 설레게 하는 시점이다. 여기에 남북관계의 2년내 획기적 진전전망과 추석을 전후한 가족상봉추진설마저 흘러나오는 형국이니 가슴을 차분히 진정시키기가 어렵다. ◆이처럼 들뜬분위기를 또다시 맞고보니 최근 소개됐던 서대숙교수(하와이 대한국연구소장)의 차분한 충고가 새삼스럽다. 남북한 사정에 정통한 서교수의 논지는 한마디로 남북한 통일이 아직은 요원하다는 것이었다. 동서화해나 동구에서의 공산주의 몰락에 관계없이 북한은 마르크스주의도 레닌주의도 아닌 주체사상을 고수하고 있는데,남한사람들은 이북을 너무 모르면서 흥분하고 있다고 지적했던 것이다. ◆서교수는 통일이 아직 요원한 이유로 남북한 국민들의 생각이나 태도가 너무나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사람들은 완전히 사상적으로 무장이 된 철두철미한 조직사회여서 김일성주의를 벗어날 변화의 여지가 없는데 남한 사람들은 『너 이제 못살고 곤경에 빠졌지. 그러니 통일하자』는 식이라는 것이다. 또 남한에서는 정부비판과 친북한 활동을 구별못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주재 어느 일본특파원이 이번 총리회담으로 들뜬 분위기를 놓고 ”한국민은 통일이라고 하는 꿈만 보는 장님처럼 보인다』고 신랄히 코멘트했던 것도 생각난다. 그는 한국민이 독일처럼 자유민주주의체제하의 통일을 바란다면 서독처럼 경제력을 키우고 정치적 사회적 안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통일은 회담이나 구호보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묵묵히 일하는 것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 아닐까』하고 충고했던 것이다. ◆통일노력은 북한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에 의해 서로간의 호혜와 공통점을 살리며 꾸준히 추진되어야할 민족적 과제이다. 하지만 일상사를 제대로 해내거나 내부통합도 잘 못하면서 들뜬 분위기를 이끌어 과연 우리가 얻을 것이 있을까를 정부나 국민 모두가 차분히 생각할 시점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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