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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대관식/전통의전과 현 헌법 절충(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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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대관식/전통의전과 현 헌법 절충(세계의 창)

입력
1990.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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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전과 현 헌법 절충/총리자리 높이고 「삼한정벌」상징물 안써/별도 종교적 행사엔 “신성화 의도” 비난도오는 11월12일 거행되는 일왕 아키히토(명인)의 대관식 절차가 마침내 확정돼 일본은 물론 세계각국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월7일 사거한 히로히토(유인)의 뒤를 이어 일본의 제1백25대 왕으로 즉위한 아키히토는 왕의 신격화를 부인한 전후 개정헌법에 따라 대관식을 갖는 첫번째 국왕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의례절차를 두고 일본 국내에서도 말이 많았었다.

그것은 대관식을 국가행사로 할 것인가,아니면 왕실행사로 할 것인가에서부터 시작,왕실행사에 들어있게 마련인 신도적인 종교색채를 여하히 하면 거부감없이 표현할 것인가 하는 등,갑론을박이 끊임없이 되풀이 돼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확정된 대관식 행사는 「왕실의 전범에 따라 국가행사」로 치르도록 결정됐는데 이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명시한 헌법의 정신을 되살리면서 전통을 존중하겠다는 타협의 산물이기도 하다.

당초 왕실행사를 관장하고있는 궁내청에서는 전통적인 관례의 답습을 주장했으나,정부쪽에서는 주권재민의 헌법정신을 표현하자고 맞서왔었다.

이에 따라 이번 대관식은 일왕의 지위를 상징적인 존재로 격하시킨 헌법정신에 따라 총리등 3부요인의 위치를 격상시킨 형태로 치러진다. 또 한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이른바 「신공왕후의 삼한정벌」신화와 관련된 식장의 문양을 없애는 등 국제관계를 존중하는 의식으로 준비되고 있다.

이번에 국제관계를 크게 고려한 것은 「삼한정벌」신화와 관련된 물고기 문양을 없애기로 한 것과 외국 축하사절단이 앉을 단을 일왕의 그것과 거의 같은 높이로 한다는 것,그리고 사절단에게 만세3창을 따라하도록 권유하지 않는다는 것 등이 특징이다.

2차대전 이전에 있었던 다이쇼(대정)와 쇼와(소화)의 대관식때에는 만세번이란 계단에 고대 「신식왕의 동정」때 승전을 기원하는 상징으로 물고기 5마리가 자수로 새겨져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를 모두없앤다는 것이다.

또 대금번에 새겨진 금색의 솔개(자수)그림도 없애기로 했다. 이같은 승전기원 행위가 신공왕후의 「삼한정벌」때도 행해졌었다는 신화가 있어 한국측이 반발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또 5백여명의 외국 축하사절단이 자리잡은 단은 일왕이 앉는 왕전의 맞은편에 거의 같은 높이로 가설될 장화전에 마련되는데,지난 의식에서는 훨씬 낮은 곳에 자리를 만들어 일왕을 우러러 보게 했었다. 당시에는 일본주재 대사나 공사가 축하사절단의 대다수였으나 이번에는 국가원수 및 원수급이 다수 참석할 예정이어서 국빈예우상 낮은 곳에 자리를 마련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다이쇼ㆍ쇼와의 대관식 당시에는 일왕의 수복을 비는 만세3창을 할때 축하사절단도 모두 따라 만세를 부르도록 요구됐었으나 이번에는 그것을 요구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밖에 종전의 행사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일왕이 즉위선언을 하고 난뒤 총리의 축사와 만세3창의 방법. 1928년 교토(경도)의 시신덴(자신전)에서 베풀어진 쇼와(소화)일왕의 즉위식때는 전통복장을 한 총리가 왕전에서 18계단을 내려와 땅에 선채 왕의 즉위선언을 들은 뒤 계단을 올라 축사(수사)를 낭독하고 다시 내려와 만세3창을 선창함으로써 신하된 예의를 표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총리가 전통복장 대신 연미복을 입게 되며 왕과 같은 자리에서 축사를 하고 만세3창을 하게 된다.

국민의 대표인 총리가 상징적 존재인 왕의 아래서 예의를 갖추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판단에서이다.

이와 함께 의전용어도 바뀐다. 전에는 왕의 즉위선언을 「칙어」라 했으나 이번에는 「말씀」으로 고치고 어법도 「입니다」「합니다」체로 한다.

다만 왕위의 상징인 「3종의 신기」가운데 칼과 곡옥은 그대로 사용하게 되며 왕과 왕족들의 복장은 전통복식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폐지되고 없는 대관의식의 근거법(등극령)규정에 따라 의식을 거행하는 것은 상징적 존재인 일왕의 대관식에 어울리지 않으며 다이죠사이(대상제ㆍ왕이 대관식 후 처음으로 신에게 드리는 신곡봉헌)라는 별개의 행사는 「왕의 신성화」의도라는 반대여론도 있어 앞으로 다소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또 일련의 의식들에 종교색이 짙어 정치와 종교를 엄격히 분리함을 원칙으로 천명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소리도 있다. 예를 들면 왕이 왕좌에 오르는 의식은 군주로서 국민앞에 군림하는 형식이 아니냐는 논의도 있다.

일왕의 대관식 행사는 11월12일 하오 1시에 거행되는 대관식과 축하행진 향연 등으로 구성된다. 대관식이 끝난 뒤 왕가일족이 황거(왕의 거처)를 떠나 아카사카(적판) 어소로 퍼레이드를 하게 되는데,오픈카 등 40여대가 동원되는 이행사는 이번에 처음 마련되는 것이다.

대관식이 있는 12일밤부터 15일까지 4일동안 궁내의 풍명전에서는 7차례의 연회가 베풀어진다. 이 행사에는 외국의 축하사절단 5백여명과 일본 국내인사 등 3천4백여명이 초청된다. 첫번째 연회는 외국사절단,두번째는 3부요인 순으로 치러지는데 이 자리에는 가이후(해부준수) 총리의 축사가 있으며 일왕의 왕좌도 공개된다.<동경=문창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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