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지원”등에 고무 계속 추파/양국 커넥션땐 “봉쇄실효”전망/요르단왕 중개에 큰 기대… 공개협정 가능성도서방의 해상봉쇄로 한껏 목줄이 죄인 이라크가 대 이란카드로 탈출구를 마련해 보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라크 관영 언론들은 7일 아무런 수확도 없이 모스크바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타리크ㆍ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이 9일에는 공식대표단을 이끌고 이란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의 고위관리가 이란을 공식방문하는 것은 지난 80년 이란ㆍ이라크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있는 일로 그 시기가 헬싱키 미소 정상회담 일정과 겹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또 지난 5일 하루일정으로 바그다드를 방문했던 후세인 요르단 국왕은 사담ㆍ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곧바로 6일 이란을 방문했다.
후세인 국왕의 이번 이란 방문은 아지즈 외무장관의 이란 방문에 앞서 이라크의 입장을 전달하는 사전정비작업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이같은 관측은 후세인 국왕이 이번 이라크방문중 전례 없는 환대를 받았다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후세인 국왕의 공항영접에는 사담ㆍ후세인 대통령을 비롯,권력서열 2인자인 아지드ㆍ이브라힘 혁명평의회부의장,사둔ㆍ하마드 부총리 타리프ㆍ자심 문공부장관 등 이라크 수뇌부가 모두 참석했으며 사담ㆍ후세인 대통령은 직접 후세인 국왕의 거처를 방문,비공식회담을 갖기도 했다.
이같은 외교적 움직임속에서 이라크관영 영자지인 바그다드 업저버는 같은날 이란이 이라크에 식량ㆍ의약품 등 인도적 물자를 제공할 의사를 보였다는 외신보도를 크게 다루었다.
이 보도에 의하면 라프산자니 이란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온 것으로 알려진 테헤란타임스는 6일 「이슬람」이라는 단어를 특히 강조하면서 『이란은 국익차원에서 대 이라크 경제원조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란은 이라크물자가 이란항구를 통해 공급되는 것을 허용하는 대가로 중계료를 받을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 페르시아만 사태에서 이란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과 미국의 군사적파견을 동시에 비난하는 양면작전을 펴왔지만 이번처럼 이라크에 대한 물자공급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이같은 흐름을 종합할 때 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의 이란 방문은 양국의 물자거래에 관한 합의,혹은 더나아가 공개적인 협정까지 맺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양국의 움직임은 이번사태 이후 일부에서 제기돼온 이란ㆍ이라크 커넥션의 의혹을 한층 강화시켜주고 있다.
이란은 지난 15일 사담ㆍ후세인 대통령이 발표한 75년 이란과의 국경선 준수 및 점령지 철수 등의 대가로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을 묵인했으며 이제는 이라크에 물자를 지원,서방의 대 이라크 고사작전에 큰 구멍을 내려한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후세인 대통령의 발표에 따라 이란ㆍ이라크간에 전쟁포로교환이 실시되면서부터 지금까지 23차례에 걸쳐 3만명의 이라크 전쟁포로들이 본국으로 돌아왔다.
이라크 정부는 이들이 송환될 때마다 국경마을에서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가졌으며 관영언론들도 포로 송환기사를 크게 보도하고 있다.
송환된 이라크 포로들은 이란측이 제공한 말쑥한 새 의복으로 갈아입고 있어 이란측이 세심한 배려를 한 흔적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이에 화답하듯 이라크 언론들은 과거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이슬람형제애」를 회복하자는 논조를 펴고 있다.
물론 이라크 국민들 사이에는 8년전쟁으로 인한 대 이란 적대감정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현재 이라크의 사정은 적과 동지를 구분할만큼 한가롭지 못하다.
이곳의 서방 외교관들은 이미 일부 물자가 이란과의 국경에서 밀무역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심지어 이란이 이라크의 송유관을 자신들의 송유관과 연결,이라크의 원유 수출을 가능케할지도 모른다는 분석까지도 나오고 있으나 현재로서 그같은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번 사태에서 이미 상당한 어부지리를 얻은 이란은 서방이 이라크를 향해 겨눈 총부리를 자신들에게 돌리게 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며 또 이라크가 이번 사태에 성공적으로 대처해 나가도록까지 돕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란이 이라크에 인도적 물자지원을 공언한다면 인도ㆍ브라질 등 이미 물자지원 의사를 밝힌 나라들도 속속 동조,서방의 대 이라크 경제봉쇄작전의 기반이 급속히 허물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사태발전은 분명 이라크에 유리한 것이지만 미국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어 오히려 군사력 사용을 부채질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의 9일 이란방문은 같은 날 열리는 미소 정상회담과 함께 이번 페르시아만사태의 일대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가고 있다.〈바그다드=배정근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