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ㆍ지자제 등 융통성 보여/대여론 겨냥 「UR」 등 현안 강조/「통합」등 야권분위기 감안 분명한 메시지는 없어민자당 김영삼대표최고위원의 8일 회견은 10일의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야당의 등원을 재차 강력히 촉구하며 몇몇 함축적 제의와 함께 야당에 유화손짓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회견은 지난 1일 김대중 평민당총재가 조건부 여야대화 뜻을 밝힌 것들을 의식,이에대한 답변의 성격을 띠고 있다.
또 시기적으로 남북 고위급회담을 향한 국민적 관심이 정치권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외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도 회견의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김대표는 「모든 정치현안의 국회 수렴」이란 틀내에서 협상과 대화의 폭을 넓히면서도 부각된 정국쟁점에 대한 구체적 입장표명을 유보함으로써 이 문제는 여야대화에서 풀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예컨대 『정국타개를 위해 필요하다면 노태우대통령과 김대중총재와의 회담을 주선할 용의가 있다』며 그로서는 고심섞인 제안을 한 것도 여야대화 재개를 위한 구체적 의지의 표시로 받아들일 수 있다.
때문에 김대표의 회견은 실질적 협상의 토대를 마련하면서 대여론 명분축적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않다.
김대표의 논리전개는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대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상황에 비춰 정국 교착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정치권의 직무유기라는 게 첫째. 둘째는 내각제 반대든 지자제 조기실시든 야당의 모든 주장이 국회내에서 개진된다면 이를 충분히 검토하고 폭넓은 융통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번 임시국회에서 파행처리된 법안에 대해 문제점이 있다면 선입견 없이 개정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점과 안보관계법의 전향적 개정의지 표명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같은 대야카드와 함께 세번째는 당면한 새해 예산심의,중동사태,우루과이라운드협상ㆍ농어촌문제 등 경제사회적 현안해결을 위해선 정치권이 대승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대여론용 카드가 제시되고 있다.
김대표는 이와 별도로 경색정국에 대한 집권당의 책임을 전제,정국타개의 첫수순이든 끝수순이든 자신과 김대중총재와의 회담,나아가 「노김회담」등 「매듭풀기」의 모든 방안을 동원하겠다는 입장도 펼쳤다.
이와관련,김대표가 야당에 대해 『등원이 최대의 명분』이라고 말한 대목은 야당이 「조건부 등원」 입장의 순서를 바꿔 선 국회정상화에 응하면 「조건」들을 정치적으로 풀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평민당이 당장 김대표의 회견에 대해 비판적 반응을 숨기지 않았던 데서 보듯 이날의 회견으로 정국이 조기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표 회견의 시기에 의문을 표시하는 시각이 있기도 했지만 회견문 작성과정에서도 내용을 둘러싸고 적지않은 당내 이견이 있었다는 후문도 있다. 집권당 대표의 회견인 만큼 정국타개를 위한 분명한 「메시지」를 담아야 하며 내각제 지자제문제에 대한 선을 밝히자는 주장이 최종단계에서 배제됐다는 얘기가 그것.
결국 김대표의 회견은 정치쟁점에 대한 종전입장을 크게 발전시켜 정국정상화를 꾀했다기 보다 예상되는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는 탄력성을 부각시키는 데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야권통합등 야당의 내부문제가 어떤 식이든 결론이 나야 본격적인 협상분위기가 무르익을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내각제 포기선언,지자제 약속이행 등 야당의 등원조건에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정치의 요체는 대화와 협상이다. 내각제 반대든 지자제든 대화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것은 대다수 국민의 뜻이기도 하다.
남북도 대화해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데 여야가 대화 못한다면 국민에 부끄러운 일이다. 나와 김대중총재와의 만남은 국민을 위해 중요하며 국민도 원하고 있다. 또 적당한 시기에 필요하면 대통령과 김총재의 만남을 주선할 용의가 있다』
야당의 등원을 끌어내려면 여당이 명분을 제공해야 할 것 아닌가.
『국회의원이 국회에 등원하는 것 이상의 명분은 없다. 당면한 국정감사ㆍ예산심의ㆍ입법활동은 국회의 3대 권리이자 의무이다. 야당이 이 권리와 의무를 저버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국타개의 방안으로 서경원의원사건과 관련,불고지죄로 기소돼 있는 김총재의 기소취하를 정부에 건의할 생각은.
『그것 역시 여야간 대화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내년 상반기엔 반드시 지자제를 실시한다고 했는데 정기국회서 지자제관련법의 여야합의가 안되면 실시시기를 또 연기하는 것 아닌가.
『내년 상반기 실시를 전제로 예산배정등 다각도의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지자제는 전국적 선거인 만큼 여야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협상과정에서 양보할 것은 양보할 것이다』
최근의 정국타개를 위해 김대표가 김대중ㆍ이기택총재를 직접 찾아가 협조를 구할 생각은.
『김총재와는 정치를 같이하며 험한 길을 함께 걸어왔으며 탄압아래서도 민주주의를 위해 협력해왔다. 지금도,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김총재 역시 그런 정을 갖고 있을 것이다. 모든 대화의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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