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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축(서울회담 이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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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축(서울회담 이후:3)

입력
1990.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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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불신이 본격논의 장애/남 “직접감축 선전차원뿐” 북 “선 신뢰구축 개방 저의”/일부선 “북 경제난으로 절박” 분석도이번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남북의 정치ㆍ군사적 대결상태 해소를 위한 구체적 합의사항은 전혀 없었으나 군축에 대한 남북 양측의 기본적 시각과 입장이 공식 제기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군축논의의 출발선이 최초로 그어졌고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남북 양측의 군축방안은 접근방법과 내용에 있어서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측은 정치ㆍ군사적 신뢰구축후 군비감축이라는 단계적 접근방식을 제시했으나 북한측은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군비감축을 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같은 시각차이에도 불구하고 ▲불가침선언 제안 ▲고위 군사당국자간의 직통전화 설치 ▲DMZ의 비무장화 ▲군사훈련 상호통보 ▲상호 비방 중지 등 정치ㆍ군사적 신뢰구축단계에 해당하는 사항에 대해 부분적인 의견접근이 이루어진 것은 앞으로의 군축협상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회담을 마친 뒤 강영훈국무총리가 『의견이 같은 분야는 제도화하고 이견이 있는 부분은 계속해서 의견차를 좁혀나가겠다』고 적극적인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때 다음달 평양의 제2차 회담에서는 몇가지 구체적인 합의사항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그러나 남북의 군축논의에는 수많은 장애요인이 가로놓여 있는 만큼 군축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은 본격적인 군축논의에 앞서 팀스피리트훈련 중지 유엔가입문제 방북인사 석방문제 등을 선결과제로 내세우고 있는데 군축논의 자체에서도 주한미군 철수 핵무기 철수 병력 10만명으로의 감축 등 즉각적이고 실질적 군비감축을 주장,우리측의 신뢰구축을 통한 단계적 군비감축 주장과는 커다란 시각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사실 이번 회담에서 의견접근을 보인 몇가지 사항도 구체적 맥락에서 살펴보면 커다란 입장차이가 존재한다.

예를들어 남북이 무력감축원칙에는 서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북한측은 병력감축과 핵무기 철수등에 비중을 두고 있고 우리측은 북한의 군사력 우위를 전제로 북한이 보다 많은 무력을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의 동수균형감축론을 제시하고 있어 쉽게 합의될 수 없는 사항이다.

군축에 대한 남북한의 현격한 시각차는 45년간 누적돼온 상호불신에서 유래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측은 정치ㆍ군사적 신뢰구축을 선결요건으로 하는 우리측의 군축안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해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어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저의가 있다고 불신하고 있다.

또 우리측은 북한의 직접적인 군사력 감축주장은 아무런 검증수단이 없는 상태에서는 실현가능성이 없는 선전차원의 허구적 주장일 수밖에 없다고 일축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북한이 무력통일노선을 포기했다는 흔적이 전혀 없는 마당에 북한의 무력감축 주장은 통일전선전술의 연장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남북 군축논의의 진전은 기대할 수 없다. 한반도 군축논의 진전에 또하나의 중요한 관건은 군축이 갖는 현실적 필요성이다.

북한은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과중한 군사비 부담을 줄여야 하고 이를위해 군축의 필요성이 절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경제난이 의외로 심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군축의 현실적 필요성은 북한이 군축에 임하는 자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측에서도 최근 국방예산 절약등의 문제로 군사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국민의 통일염원을 감안해 군축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강해지고는 있으나 이번에 제기한 군축안을 대폭 수정해야 할 만큼 절박한 사정은 아니다.

오히려 북한이 보다 적극적으로 군축협상에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재 북한 군사력의 60∼70%에 불과한 우리의 군사력을 북한과 동등한 수준이나 그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강한 실정이어서 군축문제의 이니셔티브를 확보하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동북아에 있어서 미소간 역학관계등 국제정세의 변화도 남북 군축논의 진전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소련의 개방압력은 남북교류 및 군축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 양측이 상대방 군축방안에 대한 진의를 파악하고 더욱이 불신까지 해소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다만 군축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뢰구축을 포함한 실질적 군축논의로 향하는 중요한 발판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을 뿐이다.<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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