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이 「성의」 인정… 일단 “청신호”/유엔문제ㆍ교류 서로 주고받아/「팀훈련」등 북 전제도 변화여지제1차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양측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명백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유엔과 적십자회담문제에 대한 접점을 찾아냄으로써 앞으로 계속될 고위급회담의 전망이 어둡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남북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유엔과 이산가족문제를 서로 주고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즉,북측은 우리측의 우엔단독가입을 일단유보시키는 성과를 얻었고 우리측은 교류협력의 주요핵심인 인적 왕래를 위한 논의의 틀을 확보했다. 따라서 남북양측은 그런대로 이번 회담의 성과를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할 만한 것이다.
특히 북한은 이번에 우리측으로부터 사실상 「유엔가입 보류」를 얻어냄으로써 기대이상의 소득을 올렸다고 자평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번 고위급회담에 응한 배경도 기본적으로 우리의 유엔가입을 저지해야 할 필요를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들어 우리의 유엔가입 여건은 크게 호전됐고 1∼2년내 유엔가입이 점쳐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므로 북한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했을 것이 틀림없다. 우리 내부적으로도 이번의 「유엔가입보류」 결정에 외무부가 극력 반대했을 정도로 우리의 유엔가입은 눈앞의 일이었고 그만큼 북한은 심각한 위기감을 느껴온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유엔가입문제를 최우선과제로 제기했고 우리측으로부터 「보류」라는 양보를 얻어냈다. 물론 우리측이 명시적으로 「가입보류」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북측의 희망대로 단일의석 공동가입을 논의키 위한 대표접촉을 수용함으로써 사실상 보류에 합의했다. 또한 홍성철통일원장관이 6일 두번째 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가입보류로 봐도 좋다』고 밝힘으로써 우리측의 양보의사를 보다 분명히 밝혔다.
북한측은 우리의 유엔가입 보류에 대한 답례로 이산가족 왕래논의를 위한 적십자회담 재개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문제는 우리가 가장 중요시하는 교류의 핵심인 만큼 북한측도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우리측이 적십자회담 재개합의보다 더 큰 성과로 생각하는 것은 이번 회담의 개최자체와 회담에 임하는 북측의 진지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측은 북한이 고위급 당국자회담에 응함으로써 우리의 실체를 인정하는 쪽으로 정책의 대전환을 시작했다고 보고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이 과거와 달리 상당히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측은 북한이 대남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했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측은 공식적으로는 강영훈총리를 굳이 「수석대표」라고 부르고 「2개조선 반대」 논리를 계속 주장하는 등 우리를 국가로서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우리의 실체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풍겼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따라 우리측은 북한이 명분은 유지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기존의 대남정책을 포기하고 당국간 대화에 계속 나오도록 유도해 나간다는 기본방침을 1차 서울회담에 이어 2차 평양회담에서도 견지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10월 평양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보다 진전된 형태의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본적으로 우리측이 북한이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판단하는데다 북한도 우리의 진지한 태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안병수 조평통서기국장이 6일 기자회견에서 『쌍방의 회담자세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듯이 이번 회담에서 우리측의 「성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북 양측은 평양회담에서 교류ㆍ협력 및 정치ㆍ군사분야에서 상당한 정도의 의견접근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으로선 우리측으로부터 유엔이라는 상당히 큰 「선물」을 받아 갔기 때문에 부담감을 가질 것이며 동시에 고위급회담에 대한 매력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은 북한이 실질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인 이상 유엔,팀스피리트,문익환목사 임수경양문제 등 북측이 제시한 긴급과제도 회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긴급과제」의 해결없이도 일부 합의가 이뤄진데다 가장 중요한 사안인 유엔문제가 실무기구 구성으로 따로 논의되기 때문이다.
또한 팀스피리트문제는 우리가 이미 올해부터 규모를 축소시킨데다 앞으로 남북 관계개선의 추이에 따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목사ㆍ임양 등의 문제는 우리측이 북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나 북의 의사와 관계없이 고위급회담,적십자회담의 진전에 따라 우리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여 역시 회담의 장애로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2차 평양회담에서 곧바로 획기적인 구체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남북한이 상호 실체를 인정하는 가운데 교류ㆍ협력,정치ㆍ군사문제에 관한 서로의 입장차이를 상당부분 접근시킴으로써 남북 관계개선의 분명한 방향을 잡게될 것으로 전망된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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