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교류ㆍ교통통신망 연결등 동시 언급/정치ㆍ군사 등 걸림돌… 논의까지는 못가/평양회담서 구체적 진전 기대3박4일간의 남북총리간 서울회담에서 남북경협의 실마리는 아직 풀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회담에서 경협논의는 양측에서 각자의 입장을 제안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따라서 직접적 성과는 없었다.
그러나 총리회담이 경협문제만을 별도로 논의하는 게 아니라 각종 정치ㆍ군사문제와 함께 논의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유엔가입문제 이산가족문제를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의 진전이 있었던만큼 다음의 평양회담에서는 경협부문에 구체적 진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서울회담의 진행과정을 살펴볼때 경협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남북한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남북총리의 기조연설을 보면 강영훈총리는 다각적인 교류협력방안으로 제시한 10개항중 6개항을 경협에 할애하고 있다.
물자의 직교역,상호합작투자 및 해외공동진출,금강산ㆍ설악산 등 관광자원 공동개발,끊겼던 철도ㆍ도로복원,통행ㆍ통신ㆍ통상(3통)합의서 채택,경제협력공동기구의 설치등이다.
연형묵총리 역시 기조연설에서 경제의 합작과 교류를 실현하는 문제,교통과 체신망을 연결하는 문제,대외경제관계에서 협력을 도모하는 문제 등 3개항을 언급했다.
양측 총리가 말하는 경협의 내용에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경협이 구체적 논의의 수준으로 떠오르지는 못했다.
교류협력을 먼저 확대해 가자는 우리측 주장과 정치ㆍ군사적대결의 해소방안을 우선 마련하자는 북한의 주장이 엇갈려 경협문제는 미처 논의의 장에 끼이지도 못했던 것. 북한이 제시한 경협에 앞선 선결과제들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남북 경협의 필요성에 대해 우리측 입장이야 매우 적극적인 상태이고 북한측 역시 은연중에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연총리의 기조연설외에도 연총리의 청와대 면담발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남북경협의 유익성에 대해 노태우대통령이 언급하자 연총리는 『우리는 크게 아쉬운 것은 없으나 인력이 모자라 지하자원들을 더 개발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또 김정우 대외경제사업부 부부장은 『앞으로 남북의 조건이 잘 맞아 그런 관계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회담도중에 간간이 만난 북한기자들도 경제의 각 분야에서 대체로 남쪽이 더 앞서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며 몇가지 전제를 달아 같은 민족끼리 서로 물자를 바꿔쓰고 교류하는게 좋은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따라서 문제는 경협 자체의 내용이나 방식이 아니라 경협을 가능케 하는 경협외적인 여건을 갖추는 일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의 준비과정에서 우리쪽이 만찬이나 오찬에 정주영현대그룹 명예회장등 재계인사들을 초청,자연스럽게 경협문제가 논의되는 분위기를 이끌려 했으나 완강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경제 4단체장을 만나는데 그쳤다. 이유는 경협을 다른 문제들과의 연관성 속에서 보는 입장을 북한이 갖고 있기 때문.
경협을 본격화하기 위한 수순의 차이로 인해 서울회담에서의 성과는 별무였음에도 오는 10월의 평양회담에 기대를 거는 배경은 이번 회담에서 남한의 유엔단독가입 보류등 비경제분야의 성과가 있었으므로 다음번엔 경제분야의 성과가 유력하다는 것이다.
구체적 진전은 없었어도 서울회담에서 경협의 필요성을 서로 공식 확인한 것을 토대로 평양회담에서는 경협을 풀어가기 위한 실질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