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ㆍ행동은 데탕트주도하는 고르비연상/유머감각 갖춰… 정중하고 기품있는 신사”연형묵북한총리의 공식행사일정을 제외한 호텔생활은 대체로 조용하면서도 점잖고 유연한 인상을 주었다.
북한체제에서 드물게 테크너크래트(기술관료)로 성장,유연한 처신이 돋보이기도 하지만 온건해 보이는 연총리의 인상에 호텔직원들은 그가 통일의 씨앗을 뿌리고 가길 기대했다.
연총리의 숙소인 32층29호 로얄스위트룸은 인터콘티넨탈호텔이 자랑하는 대형딜럭스룸으로 전담메이드 이숙희씨(37)와 정인순씨(34),32층전담주임 정명기씨(39) 등 3명의 베테랑 종업원들이 3박4일간 완벽한 「수발」을 해왔다.
이씨는 『가끔 복도에서 마주친 연총리의 인상은 매우 정중하고 기품있는 신사같았다』며 『통일을 앞당기기위한 이번 서울방문에 조그만 불편도 느끼지 않도록 성심성의껏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직원중 연총리와 직접대화를 나눌수있었던 직원들은 호텔측이 이번 방문을 위해 각부서에서 선발한 엘리베이터요원 6명.
총무과에 근무하는 윤미정양(22)은 『하루에 3∼4번씩 연총리를 엘리베이터로 모셨다』며 『수행원들에 둘러싸여 항상 엘리베이터쪽 문에 타는 연총리는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않는 등 매너가 세련돼 보였다』고 밝혔다.
호텔종업원들의 서비스를 총괄지휘한 객실부 박동국차장(41)은 『연총리는 음식물이나 술 등을 룸서비스 받지않았으며 세탁물도 거의 내놓지않았다』면서 『인사를 하는 직원들에게는 손을 흔들거나 가볍게 목례를 하는 등 부드럽고 온화한 인상을 주었다』고 말했다.
박차장은 『연총리의 생김새와 스타일이 김일성주석과 흡사한점이 많고 행동거지를 보면 냉전을 깨고 데탕트를 주도하고있는 고르바초프를 연상시킨다는 인물평이 직원들간에 오간다』고 전했다.
연총리는 또 때때로 농담을 던지는 등 유머감각도 있다고 호텔직원들은 전했다.
6일 점심때는 식당여종업원에게 『서울음식이 짜다고 하던데 평양과 비슷한것같다. 음식맛이 통일되는것을 보니 통일이 곧 될것 같다』며 웃기도 했다.
연총리는 일정이 바빠 객실에 혼자있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아침6시에 기상,수행원들과 그날의 「전략」을 짜고는 하루를 보내고 자정이 넘어서야 취침한다.
잠들기 전에는 샤워를 한 흔적이 있고 차림새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는편.
이영수세탁부장(55)은 『연총리는 도착당일 밤색양복 2벌을 지급으로 드라이클리닝 해달라고 부탁했었다』며 『다림질요청이 들어온 와이셔츠중 연총리의 것이 제일 많은 것같다』고 말했다.
◎24시간 불야… 북의 상황실/3명상주… 남언론 분석ㆍ평양연락등 담당
남북고위급회담 북한측대표단은 서울체류 3박4일동안 숙소인 인터콘티넨탈호텔 32층 연형묵총리전용실 바로옆에 상황실을 운영해왔다.
임춘길 총리책임보좌관과 최봉춘 총리보좌원겸 책임연락관의 직접지휘를 받는 이 방에는 「비상요원」으로 불리는 3명이 공식행사에도 참석치않고 두문불출,회담진행상황을 체크하고 공식ㆍ비공식 일정조정,언론보도분석,평양과의 연락 등을 맡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원들은 상황실에 설치된 평양직통전화를 통해 상황보고를 수시로하고 필요한 「전술쪽지」를 전달받고 있다.
이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극비사항을 북한수뇌부와 파우치(행낭)를 통해 주고받는 일이다.
3인의 요원들은 총리회담에 대한 국내보도를 분석,연총리에게 보고하고있는데 북측대표단의 대책회의도 이 방에서 수시로 열리고 있다. 상황실은 북측 숙소중 유일하게 24시간 불이 켜져있으며 모든 숙소의 보안도 책임지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대표단이 공식행사를 위해 호텔을 떠난뒤에야 북측전용휴게실인 34층 멤버스클럽 「실크로드」에 나타나 식사를 하며 밀담을 나눠 내외신기자들에게도 실체가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이다.
지난4일 하오8시께 북한대표단이 강영훈국무총리 주최의 만찬을 위해 힐튼호텔로 떠난뒤에도 3명은 실크로드에서 식사를 했다.
종업원들이 술을 권하자 선선히 잔을 받고 돌리는 등 2시간여동안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이들은 매너도 상당히 세련돼보이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할 만큼 행동에 여유도 있어 우리측 관계자들은 북한에서 비중있는 요원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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